지금 기본소득 진영에서 가장 집중해야 할 과제는 시뮬레이션 방법의 발굴이다. 현재 유럽의 기본소득 운동은 마땅한 흥미거리가 없는 현재와 같은 침울한 상황에서 일종의 취미활동 수준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들에게 기본소득은 그다지 절실한 것이 아니다. 사실 주거만 빼고는 모든 생활환경에서 기본소득은 보장되어 있다. 그래서 유럽, 그 중에서 선진국에 속하는 나라들은 각 대도시 한 가운데에 10만명이 잠을 자고 샤워를 할 수 있는 캡슐호텔을 세우는 것만으로 기본소득제도를 완성시킬 수 있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이러한 물적인 방법이 기본소득 시행의 안전한 시뮬레이션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10만명이 잠을 잘 수 있는 도미토리식 무료 호텔은 부랑아들을 별도 분리 또는 강화 감독하는 시스템만 갖추고 또한 코골이들을 분리 취침시키는 정도로 그 운영이 가능하다. 면적은 1인당 1평을 배분한다. 책상과 침대를 2단 결합형으로 만들면 1평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국의 타워팰리스는 7개 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연면적이 대략 30만평이다. 그 정도면 2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캡슐호텔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지어진 타워팰리스의 30배 규모의 건축만 하게 되면 500만명에게 1인당 침대 하나와 책상 한 개를 고정적으로 부여해 줄 수 있는데 이 정도만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10%를 커버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다. 신도시 하나를 건설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서양 선진국들이 추구해야 하는 기본소득의 방식은 이런 형태가 되는 것이 훨씬 낫다. 서양 친구들은 모든 것이 보장이 되어 있으나 잠만은 길거리에서 자야 한다. 도쿄의 우에노 공원의 종이박스 집이 그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무료급식은 어느 정도 보장이 되어 있다. 프랑스처럼 맛있게 나오지는 않지만 적어도 굶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잠자리다. 이것만 충분히 공급해 주면 사실상 기본소득은 보장된다.
필자는 젊었을 때 4자 * 8자 합판을 구해다가 집을 만들고 박스 하단에 영등포 시장에서 바퀴를 사다가 달아서 박스 집을 만든 적이 있었다. 그것을 끌고 다니면서 약 45일간 박스집 생활을 해 보았다. 2.88평방미터 공간이므로 1평(3.3058)도 안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그 박스만으로서 영구히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을 얻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드디어 '자유'를 획득했다. 돈은 당시 돈으로 3~4만원이면 충분히 한달 생활이 가능했다. 당시 하루 일당이 3만원이었다. 즉 노가다 판에 나가서 하루만 일하면 한달 생활이 가능하고 이주일을 일하면 일년 생활이 가능하고 한달을 일하면 2년 생활이 가능하고 2년을 일하면 50년 생활이 가능했다. 지금도 이런 구조는 유지되고 있다. 노가다 하루 일당은 10만원이다. 필자는 도배사 기술이 있기 때문에 필자의 하루 일당은 15만원이다. 예전보다 더 사치스럽게 살 수 있다.
필자가 3년의 의무노동에 평생 보장을 받는 국가적인 시스템을 구상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현실에서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3년만 일하면 필자는 평생 '자유' 즉 강제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때 얻는 자유는 필자만의 청빈한 자유이지만 막상 그 자유를 얻고 또한 그 맛을 한번 보게 되면 '자유' 즉 강제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상상을 초월하는 체험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이 세상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 강제노동의 채찍을 맞으며 살아가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것이다.
필자는 강원도의 광산을 찾아가 6개월 동안 일을 해서 현금 400만원을 벌었다. 그리고 도계라는 곳의 시골 산속에서 버려진 폐가를 30만원을 주고 샀다. 이제 적어도 10년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 수 있게 되었다. 10년 후에는 또 6개월 노동해서 400만원을 벌면 된다. 그것은 그때가서 생각하고 일단 10년의 자유를 누리자.
이 때 체험한 자유, 이 때 확인한 강제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은 필자의 인생 전체의 토대가 되었다. 필자는 천국을 실제로 체험한 사람이며 이건희는 아직도 지옥 밖에는 모르는 사람이다.
돈이 너무 많아도 해방에 장애가 된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해도 이건희처럼 돈이 너무 많으면 그 재산처리에 소요되는 시간만 수년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는 영구히 해방을 경험하지 못한다. 스스로 포기하고 돈의 지옥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다.
최소한의 의식주의 공급만으로 '자유'를 달성할 수 있다. 기본소득의 목적은 '자유'다.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여야 한다. 기본소득의 목적은 '천국'이다. 이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실업해소 따위가 아닌 것이다. 생활보조 따위가 아닌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개념에서 흔들림으로 인하여 제도의 추진력이 약화되는 것이다.
기본소득의 목적은 노동과 소득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기본소득의 목적은 '강제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다. 기본소득의 목적은 '자유'다. 이로써 천국은 달성된다. 필자는 경험으로 이를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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