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일할 필요가 없이 모든 것은 기계와 자동화 시스템이 알아서 생산해 주는 세상이 경제천국이다. 이는 버튼 하나마저도 누를 필요가 없게 된 세상이다. 모든 노동은 사라지고 활동만이 남게 된다. 모든 시간이 여가시간이 된다. 지금 인류는 이러한 세계를 향하여 하루에 1밀리미터씩 앞으로 진군해 가고 있다.
아득한 미래의 일이며 적어도 우리들의 살아 생전에는 볼 수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인류 역사는 이러한 미래를 향하여 도도히 흘러가고 있다. 우리들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고 우리들이 죽고 난 다음까지 진행될 일이다.
하루 24시간 전체를 노동해도 생존을 유지하기 힘든 시대로부터 시작하여 하루 1초도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금 현실의 경제문제는 바로 이러한 전체적인 흐름의 과정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하루에 1밀리미터씩 전개되는 변화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그래서 어제의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을 오늘 그대로 유지해도 된다. 한 개인의 일생 전체를 통하여 동일한 사고방식을 유지한 채 살아갈 수도 있다. 그러다가 어떤 변증법적 비약지점에 다다르게 된다. 이 때 인간의 그 동안의 사고방식은 변화를 요구받게 된다. 하지만 생각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 고정관념의 콩깍지는 의외로 끈질기다. 그래서 눈 앞의 변화된 환경을 변화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 세상이 엄청나게 풍족한 곳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며 여전히 수백년 전과 같은 빈곤한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부처는 이런 모습을 다음과 같이 비유했다. 그는 제자들에게,
"잘 만들어진 배가 있었다. 그 배를 타고 거친 바다를 건넜다. 그리고 이제 육지에 상륙했다. 배에서 내렸다. 이제 목적지까지 걸어가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들을 태우고 온 배는 너무도 고마운 배였다. 따라서 앞으로도 그 배를 어깨에 짊어지고 가야 하겠느냐?"
근검절약, 희소성의 원칙, 생존의 공포, … 이것이 바로 그 고마운 배다. 그 배를 타고 지금까지 인류는 수만년간 매일 1밀리미터씩 생존의 바다를 건너왔다. 그리고 이제 육지에 다다랐다. 인류는 배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 고마운 배를 어깨에 짊어지고 육지를 걷기 시작했다. 바로 이것이 지금 이 세상 경제의 참모습이다. 이 세상이 전보다 훨씬 발전한 것은 분명한데도 오히려 삶이 더욱 고된 이유는 바로 그 어깨에 짊어진 배 때문이다.
이제 그 배를 버리고 자동차를 만들어 갈아타야 한다. 자원과 환경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풍족한 소비, 풍요성의 원칙, 하등의 생존의 공포 없는 자유의 만끽, 기본소득, 화폐소득의 강제회전, … 이런 것이 바로 그 자동차다. 경제학은 이런 기초하에서 완전히 새롭게 구축되어야 하며 그와 동시에 풍요학으로 상호변경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