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석유를 화장품으로 사용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화폐가 바로 그 석유이다. 우리들은 현대의 아메리카 인디언들이다. 화폐의 핵에너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김종철 선생님이 화폐의 이러한 힘을 발견하고 한때 흥분하셨다가 이내 낙담하신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막상 다루어 보니 불이 나고 폭발을 하고 해서 보통 위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원유에 불을 붙였다간 온 숲에 화재가 발생하게 되므로 석유는 다만 화장품 정도로만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석유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화학 지식이 있어야 하고 그 정제 과정에서 고도의 정밀 제어 장치가 필요하다. 석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핵에너지를 다루기 위해서는 물리학 지식까지 필요하다. 만약 그러한 지식 없이 석유나 핵을 다룬다면 이 세상은 얼마 가지 않아 모두가 후쿠시마가 되어버리게 될 것이다.
요는 다루는 기술의 문제이며 석유나 핵 그 자체가 절대적으로 위험하거나 안전한 것은 아니다. 부주의하면 접시물에도 빠져 죽는다. 화폐 역시 마찬가지이다. 화폐를 다룰 줄 아는 경제학적 기술이 중요한 것이지 화폐 그 자체가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닌 것이다.
기본소득은 화폐를 다루는 기술 중 하나이다. 현대인들은 현대의 아메리카 인디언들이라고 했다. 그 현대의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 기본소득은 석유에 불을 붙이는 것처럼 위험하고 황당한 발상처럼 느껴지게 된다. 일단 고개를 젖는다. 인간은 자신의 상식 범위를 넘어서는 발상에 대해서는 일단은 부정하는 반응을 보이게 되어 있으며 그것이 기본소득 최대의 걸림돌이다. 진리는 복잡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쉽다. 어렵거나 복잡한 내용이 아니다. 단지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면 그 눈치를 보고 간단히 받아들이는 것이 또한 인간이라는 동물이다. 닭과 별반 차이가 없다. 즉 우리는 기본소득을 인간에게 전파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닭에게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소득 운동가들의 가장 근본적인 전략적 기초환경이 바로 이러한 치킨헤드 환경이다. 이 환경만 잘 이해하고 있으면 지금까지의 기본소득 운동의 전개과정이나 앞으로의 과정 속에서의 답답함을 충분히 이해하고 견뎌낼 수 있다. 부처나 예수도 아직까지 중생을 제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닭에게 진리를 전파하기 위하여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눈앞에서 직접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인간의 눈과 닭의 눈은 별반 차이가 없다.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한 것은 믿는다. 그리고 따라 한다. 그 때에는 끊어진 한강다리까지도 따라와서 함께 풍덩 빠진다. 이것이 닭이고 인간이다.
기본소득은 화폐를 새롭게 다루는 경제학사상 초유의 시도이다. 그 폭발력을 완전히 이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눈내리는 아메리카 들판에서 몸을 따스히 데워주는 정도로는 이용하려는 시도이다. 화폐의 역사에 있어서 구석기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화폐라는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주의해서 다루어야 한다. 반드시 시뮬레이션을 거쳐야 한다. 한꺼번에 온 들판에 석유를 뿌리고 거기에 불을 붙여서는 안된다.
시뮬레이션은 안전과 믿음이라는 두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시뮬레이션을 거치면서 인류는 그 전체가 불에 타죽는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동시에 닭들에게 그 모습을 직접 보여 줌으로써 일시에 혁명을 완성시킬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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