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진영에서는 마찰 때문에 선별적 복지보다 기본소득이 우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마찰이란 '국가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들이 다른 모든 사람들의 소득과 자산 등에 대해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완전하게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를 말한다'라고 하고 있다.(이 사이트 자료실 #40 글. 강남훈. "불안정 노동자와 기본소득(마르크스주의 연구 특집. 2013년 제10권 제2호)")
경제학적으로 이른바 완전정보의 문제이다. 즉 완전정보를 전제하는 경우 기본소득과 선별적 복지가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지만 현실세계는 불완전정보의 세계이므로 그 정보의 '마찰'이 발생하여 제도의 실시 측면에 있어서 기본소득은 선별적 복지에 비하여 월등하다는 것이 기본소득 진영의 입장이며 - 필자가 추측컨데 - 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기본소득론자들 역시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기본소득의 재원을 증권거래나 파생금융상품거래세, 부가가치세(또는 소비세), 토지보유세 그 외 환경세(유해물질의 배출부과금 등) 같은 곳에서만 조달하는 경우, 즉 개인이나 법인의 소득 이외의 세원만을 가지고 제도를 운영한다면 그와 같은 주장은 합당하다. 수혜의 측면에서 기본소득은 일괄적으로 지급되므로 하등의 행정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한 재원조달의 측면에서도 기존의 징수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족하며 따라서 추가적인 행정비용이 요구되지 않는다.
이상과 동일한 효과를 낳는 선별적 복지를 실시하는 경우, 재원조달의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으나 수혜의 측면에서 선별적 복지는 한사람 한사람의 모든 생활환경을 고려하여야 하므로 엄청난 행정비용이 소요되며 따라서 사실상 그 실시가 불가능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볼 때 수학적, 기계적으로 재원조달이 가능한 방식만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기본소득이 선별적 복지에 대하여 가지는 우월성은 명확하다. 하지만 우리는 재원조달의 편의성을 위해 기본소득제도를 실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풍요롭고 공정한 국민생활을 위해 기본소득제도를 실시하는 것이다. 본말전도가 되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기본소득의 재원은 근본적으로 국민들의 소득과 재산에 기초하여서 부과되어야 한다. 공정성을 위하여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각 개인별로 소득지수, 재산지수를 비롯하여 거주지역지수, 부양가족지수, 직업지수, 건강지수, 소비지수 등 기존의 선별적 복지제도에서 사용되고 있는 모든 고려요소들을 낱낱이 산정해야 한다. 결국 기본소득의 재원조달 측면에서 소요되는 행정비용은 선별적 복지의 수혜 측면에서 소요되는 행정비용과 완전히 동일해진다. 선별적 복지는 수혜 측면에서 행정비용이 소요되고 기본소득은 재원조달 측면에서 동일한 행정비용이 소요된다. 안 좋은 표현으로는 조삼모사인 것이다.
여기에 기본소득은 선별적복지제도를 실시하는 경우에 비하여 원칙적으로 4배의 재원을 필요로 한다(이에 관하여서는 이 사이트에서의 필자의 글 '기본소득의 독자성 문제1,2' 참조). 그 4배라는 숫자는 단지 숫자만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정이나 불공정성의 정도가 그 수치에 정확히 비례하여 커지게 된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한 행정 업무량도 더 커질 수 밖에 없으며 그 결과 오히려 선별적복지에 비하여 기본소득의 행정비용이 더 크게 소요되는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기본소득 진영에서는 필자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문제는 기본소득의 존폐를 좌우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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