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가 지중해를 통일하기 전인 기원전 400년대에 성산사건이라는 것이 여러번 있었다. 가혹한 귀족의 통치에 반기를 들고 평민들끼리 따로 나가서 새로운 도시를 만들겠다고 떠나버린 것이다. 그러자 평민이 없는 귀족들은 자신의 정체성이 모호하게 되었다. 평민없는 귀족 … 이제는 빨래도 스스로 해야 하고 농사도 직접 해야 한다. 불현듯 정신을 차린 귀족들은 그들을 쫓아가서 달래는 수 밖에 없었고 평민들은 다시 돌아왔다. 이러기를 몇 차례나 했다.
협동조합은 일종의 성산단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미운 자본가들을 뒤로 하고 평민들끼리 따로 한번 해 보는 것이 협동조합이다. 소비에트 역시 그런 뜻이다. 규모만 다를 뿐이다.
요즘 군대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필자가 복무하던 시절의 군대, 그것도 현역병, 소위 땅개들의 사회는 지금 젊은 친구들이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사회였다. 고참으로부터 인격적인 모독을 당하며 사는 것은 기본이었으며 그것이 정상이었다. 노예로서 시작된 군대생활은 병장 말년이 되어서야 그 끝이 난다. 일본에는 사무라이 정신이 있고 한국에는 군대정신이라는 것이 있다. 사무라이는 귀족적 조직질서이고 한국의 군대는 천민적 위계질서이다. 어쨌든 조직의 힘을 응집시키는 점에 있어서는 둘 다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였다. 덕분에 일본은 한때 세계2위의 경제력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으며 현재의 한국 역시 1960년대와 비교하여 보면 일본 보다도 상대적으로 더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지금의 한국을 있게 한 것은 박정희와 구로공단 언니들 덕분이라고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었는데 이 때 박정희에 해당하는 부분이 바로 군대정신이다. 지금의 삼성을 있게 한 것 역시 그 근간에는 그와 유사한 조직적 노예정신이 흐르고 있다.
조직이 성공하는 방법에는 세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뭉치는 것이다. 강력한 결속력을 가지는 그 자체만으로 조직은 성공하며 경쟁에서 승리한다. 이것이 바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다. 세사람만 진정으로 마음을 합치면 이 세상에 못할 것이 없다는 말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결속력에 기반한 조직문화는 지난 수천년간 그 우월성을 실증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고 있다. 여자들이 남자 알기를 개떡으로 안다. 나중에 언젠가는 생리대 심부름까지 해 주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과거의 조직문화는 필연적으로 여자들을 피지배계급으로 격하시켰지만 지금의 조직문화에 있어서 남자는 정자은행일 뿐이다. 조직문화의 토대가 변화하고 있으며 그 결과 새로운 조직원리가 필요하게 되었다.
조직에는 천민과 귀족이 함께 모여 산다. 예전에는 위계질서로 이를 다스렸다. 그래서 사회 전체적으로 천민들의 난장판으로 변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으며 그 거주장소를 분리함으로써 천하게 살더라도 그들끼리만 천하게 살도록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아파르헤이드가 용인되지 않는다. 천민을 천민이라 부르면 큰일이 난다. 여자를 생리대라 부르면 안되는 것과 같다. 지금은 천민이 평민 대접을 받고 사는 시대이다.
아무 되는 일이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민주주의란 탈을 쓴 견주주의는 소수의 천민과 폐인이 주도하는 사회가 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그레샴의 법칙이다. 민주주의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바로 그레샴 현상인 것이다. 그레샴의 법칙에 의거할 때 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견주주의가 될 수 밖에 없다.
성산사건을 일으켜 평민들끼리 따로 나가 살아도 그곳에는 여전히 천민과 폐인이 섞여 있으며 따라서 이들을 규율하는 조직질서가 필요하게 되고 그 결과 지배와 피지배의 구분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 재판과 강제집행이 사라질 수는 없는 것이며 그 강제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바로 지배자인 것이다. 이것이 계급의 기원이다. 이 세상의 모든 악은 선으로부터 출발했다.
인류의 이러한 계급적 숙명은 다음 두가지 방법으로 극복될 수 있다. 앞서 조직이 성공하는 방법에는 세가지가 있다고 하였으며 이제 그 두번째의 방법을 소개한다면 그것은 예수의 사랑의 정신이다. 아무리 개차반 같은 자식이라도 부모는 그를 사랑으로 감싸며 가정은 유지된다. 그리하여 이러한 사랑의 정신을 이 사회 전체적으로 확대시키면 이 세상은 곧장 지상락원이 되어버린다. 이 경우에는 자본주의니 사회주의니 하는 이데올로기마저도 넘어서 버리게 된다. 가장 낭만적인 방법인 것 같지만 실은 가장 논리적인 방법이다. 예수의 사랑보다 더 논리적으로 명확한 조직원리는 없다.
그런데 예수가 재림을 빨리 해야 하는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그렇다고 생리대가 저절로 하늘에서 눈앞으로 뚝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떨쳐 일어나 그것을 직접 쟁취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세가지 방법 중 마지막 방법이며 1917년 혁명이 그 최초의 시도였다. 하지만 그것은 물새는 생리대로 확인되었다. 이제 새로운 다른 튼튼한 것이 필요하다. 필자가 지금까지 이곳에 올린 100여개의 글이 바로 그러한 확실한 생리대에 관한 글이다. 그 명칭은 성산표 생리대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Total 6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