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JTBC 9시 뉴스>가 공중파, 종편 모든 TV 뉴스중 단연 으뜸이다.

다들 뭐 잘 알고들 있을거야.

아니, 나는 진짜 TV를 안 봐서 다들 손석희, 손석희 할 때도 

실제로 손석희가 얼마나 잘 하는지는 몰랐었다.

세월호 터지면서 우연히 <손석희 9시 뉴스> 봤는데...

진심 깜놀!

아니, TV 뉴스가 신문, 잡지 뉴스의 질을 능가하더만~

진심 깜놀.

뭐랄까... TV 의 장점이 십분 발휘되는 뉴스라고 할까...

TV가... 이게 감성매체쟌냐?

특히 사람들의 마음을 극히 자극하는 세월호 같은 사안은 

TV에 있어선 독일 수도 약일 수도 있다.

사람들 슬프다고 TV 까지 마구잡이로 설치면 이건 볼 것도 없이 독.

근데 손석희는 어떤 진정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 일단.

손석희의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벌써 어떤 심리적인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난 손석희를 계속 봐왔던 사람도 아니고 말이지...

더구나 나는 빠근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사람이라 자부하거덩.

조금만 수 틀려도 바로 마음 떠나버리는... 정말 까다로운 인간이 나란 인간이다.

마음 떠나면 또 얄짤없고.

원래 성격이 그런데다 수십년을 <어디에도 마음 안 두는 연습>까지 굳이 했으니...

날 잡기는 정말 힘들텐데...

이거 내가 손석희의 모습에서 위로가 돼.

인간적인 그런게 몸에 배였고 그걸 또 연출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 손석희.

정말 대단.

나같으면... 세월호 이후 꽉 억눌러 지내다 어제 갑자기 글이 풀렸는데...

실은 엊그제 <손석희 9시 뉴스>에서 영감을 받은 까닭이 크다.

내 개인적으로는 엊그제 <손석희 9시 뉴스>는 구성과 진행에서 정말 훌륭했다.

스승의 날... 세월호중 특히 선생님 피해자쪽 뉴스를 전해서 감동을 주더니

구원파 사람들이 검찰과 대치하는 뉴스를 전하는데...

사실 이렇게 구성되면 나로선 구원파 애들이 밉고 이래야 하거덩.

확 쓸어버려라... 이런 기분이 되기 쉽상인데...

근데 구원파쪽 사람들의 주장에도 귀는 기울려야 한다...식으로 아주 차분하게 진행해.

마지막으로 박원순 불러다가 정몽준 주장을 전하면서 이야기를 듣는데

박원순에 대해 인정사정없이 질문해, 손석희.

물론 뭐 박원순 내공이야... 하늘을 날아댕기는 내공 아니냐?

정몽준이 박원순과 TV 토론을 원했다는데... 내 생각으론 정치적 자살행위.

박원순이 훌륭하게 답변하면서 이건 뭐 정말 소통다운 소통.

정말 알고 싶고 듣고 싶은 것을 묻고... 거기에 대해 진지하게 답하고...

훌륭했다.

이런 구성과 모습에서...

세월호 이후 속에 응어리 졌던 내 감정이 시나브로 풀리더라고.

글쓴이는 감정에 휩싸여 있을 땐 차라리 안 쓰는게 옳다.

어디까지나 차디찬 이성으로 써야 하는데...

또 가장 사람같은 그런 감정은 부여잡고 있어야 돼.

이게 어려운거지, 이게.

미사여구 쓰고 어떻게 재치 부리고 이런건 아무것도 아닌 것.

자기 감정 통제해야 돼.

이거 놓치는 순간 사람도 망가지고 글도 망가진다.

뭐 스포츠 선수들도 기량이야 비슷하쟎아?

기량이 비슷할 땐 경기하는 그 순간 감정 다스리는데서 승부 나는거 아니냐?

글도 꼭 그래.

결국 쓰는 이의 감정통제에서 마지막으로 글이 완성된다.

사람들이 왜 손석희 손석희 그러는지 알겠어.

손석희 때문에 JTBC 기자들이 자부심을 가진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아니, 정말 사실일거야.

사장이 기자고 그 사장이 기자로서의 정도를 밟는 모습 보여주면...

밑의 기자들은 진짜배기 기자들이 될 수 밖에 없어.

늘 그 모습에서 자극을 받고 자신을 돌아보고 하기 때문이다.

물론 종편이라는 그 자본이 기자들의 글을 위협하는 최대의 요소이긴 해.

똑같은 놈인데 조선 가면 조선기자되고 한겨레 가면 한겨레 기자 된다.

글도 그렇게 빠져.

이게 커뮤니케이터론의 처음이고 끝이야.

사실 손석희가 종편갈 때 이 때문에 나도 부정적인 쪽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손석희가 무너지지 않고 밑의 기자들을 교육시킬 경우.

모르겠어.

이론은 이론이지만... 그래봐야 이론이야.

이론을 넘어서는건 사람이다.  사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손석희씨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

갈쳐줘서 고맙다는 말을 꼭 좀 전달하고 싶다.

"손석희씨, 정말 고맙습니다.  잘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