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상품구성을 찬찬히 살펴보면 많은 부분이 서비스 상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학부모들의 경우 사교육 서비스상품에 대한 부담은 그저 한숨만 내쉴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사건이 터졌을 때의 법률서비스, 몸에서 종양이 발견되었을 때의 수술서비스, 임플란트 재료만 따로 구한 다음 그 나머지 시술의 서비스, 휘발유값만 부담하면 되는 콜택시(경우에 따라서는 벤츠600) 서비스 등 무수한 값비싸고 필수적인 서비스가 존재한다. 굳이 노동가치설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모든 상품은 노동으로 귀착된다. 즉 임금으로 귀착된다. 이자와 지대마저도 임금으로 일을 해서 그 받은 임금으로 땅을 사거나 대부를 하면 모든 것이 노동으로 귀착이 된다. 노동가치설이나 자본가치설이나 그것은 선택과 운용의 문제이지 그 어떤 절대적인 원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크리스찬들에게는 이를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성경에는 노동가치설이 나오지 않는다'
필자의 서비스소비공동체는 이처럼 모든 서비스, 그리고 이에 덧붙여 최대한 모든 재화를 서비스로 환원시켜 이들을 화폐라는 핵원자로 속에 집어넣고 돌려버린다. 결국 일반인들을 한숨짓게 만드는 상품은 서비스 상품이다. 그 대표적인 상품이 사교육 상품이다. 명품이나 고급의류 역시 마찬가지이다. 앞으로는 리치(RICH)라는 공동체 화폐단위를 사용하면서 설명을 전개한다. 1리치는 1달러 내지 1000원이다.
명품 라벨을 붙어있지 않더라도 좋은 원단 20만원어치만 제공해 주면 이를 가지고 100만원짜리 기가막힌 옷을 만들어 주는 앙드레 retelf가 존재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 할 것이다. 이 경우 서비스에 해당하는 대가는 공동체 화폐 RICH로 지불한다. 현재 손님이 없어서 서초동에서 당구를 치고 있는 변호사는 한 사건 처리해 주는 대가로 3000리치를 받을 수 있으며 현금 20만원과 800리치를 공동체 내부의 옷가게에 지급하면 앙드레 retelf 디자이너는 이 중 20만원을 가지고 동대문에 가서 원단을 구입하여 고급 의상을 만들어낸다. 이 디자이너는 공동체 내부에서 획득한 800리치를 임플란트 시술이나 사교육비 같은 곳에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현재 레츠라는 공동체에서 - 우리나라에서는 한밭공동체에서 - '두루'라는 명칭의 화폐가 이와 유사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나름 성공적이다. 다만 그 활성화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 이유는 물론 '두루'에 회전 강제가 부과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장구분이라는 이론적 기초도 없다. 따라서 경제이론적 기초가 없는 일반인의 막연한 주먹구구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제도가 한밭공동체인데 그래도 나름 아쉬운 부분을 많이 커버해주고 있으며 공동체 당국은 이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즉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유형재화를 제외한 서비스만으로 이루어지는 상품의 경우 일체의 시중화폐(원화나 달러)의 개입없이 공동체경제가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외부시장에서 그 원재료를 필연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유형상품의 경우 불가피하게 외부화폐의 지출을 필요로 한다. 이 경우 두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한밭공동체와 같은 시중화폐와 공동체화폐의 겸용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필자가 고안한 '공동체구성방정식'에 따른 방식이다.
예를 들어 앞서의 변호사와 디자이너의 사례에서 디자이너는 항상 클레임에 시달리고 있으며 따라서 1년에 평균적으로 반품 기타 법적인 분쟁 해결비용으로 변호사에게 300만원씩 지출하고 있었다고 하자(ceteris paribus). 그렇다면 이 돈은 어차피 원화로 지출하고 있었던 돈이다. 그렇다면 아예 이 돈을 가지고 동대문시장에서 원단을 구입하면 된다. 그리고 1000리치짜리 옷 15벌을 만들면 된다. 이 중 3000리치를 변호사에게 수임료로 지불하면 옷 주문을 받을 때마다 매번 20만원씩 원화로 받아야 하는 불편도 사라지게 된다. 그 결과 변호사는 3000리치 중 1000리치를 가지고 술집에 가서 아가씨 팁을 주던 아니면 필자처럼 웬수에게 진정어린 사랑의 솔직한 표현으로서 고급 옷을 사다 바치던 마음대로 사용하면 그만이다.
이처럼 자신이 외부시장에 지출하여야 하는 상품품목이 공동체 내부에 존재할 것을 전제로 하여 그 액수에 해당하는 원재료는 스스로의 비용으로 공급이 가능한 것이다. 그 원재료 가격을 A라고 하고 자신이 공동체 외부에서 지출할 수 밖에 없는 비용에 해당하는 상품이 공동체 내부에 있을 때 그 상품가격 총액을 T 라고 하였을 때 자신이 공동체에 오로지 공동체화폐 단위만으로 공급이 가능한 최대 상품 수량 N은,
N = T / A
이것을 공동체구성방정식이라 부른다. 위 디자이너의 사례에서라면,
15 = 3000 / 200
이 되는 것이다. 즉 앙드레 retelf는 15벌의 옷을 오로지 RICH화 표시만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공동체 당국의 회원관리책임자가 이러한 공동체구성방정식에 입각하여 인원을 구성해 나감으로써 그 공동체는 오로지 공동체화폐만으로 운영될 수 있다. 이것이 유형, 무형 모든 상품을 포괄하는 일반적인 소비공동체의 구성원리이다. 그리고 이곳에 화폐의 강제회전이 이루어짐으로써 공동체는 이 지옥같은 세상에 떠다니는 천국의 섬이 된다. 그리고 그 섬이 하나 둘씩 세포분열을 일으키게 되면 이 세상 전체가 천국의 대륙이 된다.
Total 6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