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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존에서 자유로
글쓴이 retelf 등록일 14-04-17 08:57
기본소득은 그 개념이 처음에는 선명하다. 아마 기본소득의 인식이 지금처럼 널리 확산될 수 있었던 데에는 그 개념의 선명성이 가장 큰 작용을 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기본소득을 좀 더 깊게 파내려가다 보면 그 선명했던 개념이 점점 흐릿해지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먼저 기본소득은 아무런 심사 없이 지급된다는 점에서 선별적 복지와 절대적으로 구분된다는 것이 기본소득 진영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부분이다. 그런데 버스에 탈 때 요금을 내는 것과 내릴 때 요금을 내는 것은 이른바 조삼모사다. 기본소득을 지급할 때는 아무런 심사가 없지만 그 재원의 징수를 할 때에는 추가적인 철저한 심사를 할 수 밖에 없다. 반면 선별적 복지는 그것을 지급받을 때에는 까다로운 심사를 거치지만 그 재원의 징수를 할 때에는 별다른 추가적인 심사가 없다.
 
돈이라는 것은 일순간만 방심해도 휙 하면서 사라져버리는 휘발성이 극히 강한 물질이다. 따라서 그 경계를 철저히 하여야 하며 그것은 기본소득이나 선별적 복지나 매한가지이다. 앞으로든 뒤로든 철저히 심사하지 않으면 국가 재정은 금새 증발해버린다. 결국 기본소득이 지급되는 시점만 부각시켜 그것이 아무런 심사 없이 통과된다는 것을 가지고 이것이 기본소득이 선별적 복지에 대하여 가지는 본질적인 장점이라고 내세울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이외에도 기본소득의 이론적 근거 역시 문제가 있다. 인류공동유산이라는 관념을 기본소득의 가장 근본적인 이론적 근거로 내세우고는 있지만 그 논리 역시 필자가 이곳에서 몇 번 꼬집어 지적한 바 있었고 이에 대해 아무도 답변하지 못했다.
 
필자는 유산을 물려줄 때 자식 외에는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기본소득 진영의 인류공동유산이라는 관념 역시 이와 다를 바 없다. 유산이란 자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며 따라서 핏줄이 아닌 자는 유산상속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유산 개념에 입각할 때 서양 물질문명의 혜택은 서양사람들에게만 돌아가야 하며 만약 다른 지역에서 서양이 발견, 발명한 문명의 지식을 사용하는 경우 그에 상응하는 로열티를 납부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나미비아는 그들이 사용하는 모든 공산품에 대하여 서양 나라들에게 적정한 지식사용료를 갖다 바쳐야 하며 만약 그 돈을 내지 않으면 식민지로 전락해야 한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실시하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의 문제가 생긴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상품들이 서양의 물질문명에 기초한 것이므로 만약 그 대가를 치르지 않고 그 지식을 사용한다면 이는 - 기본소득의 인류공동유산 사고방식에 따른다면 - 명백한 도둑질이다. 서양의 조상들이 그들의 사랑하는 서양 후손들에게 물려준 고귀한 지식을 도둑질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도둑질은 국가와 국민 전체를 위해서 한 것이 아니라 도둑놈 자신만을 위한 도둑질일 뿐이다. 따라서 도둑놈과 그 자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원칙이며 일반 국민들은 이건희를 비롯한 애국적 도둑님들에 대하여 그들의 곳간을 털 생각 대신 오히려 감사헌금을 바칠 생각을 해야 한다.
 
결국 이러한 인류공동유산 관념하에서라면 기본소득을 한국이나 일본에서 실시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서양이던 동양이던 눈을 씻고 찾아봐도 한국의 일반국민들에게 물질문명의 유산을 물려준 조상이 없기 때문이다. 굳이 그 근거를 만든다면 도둑질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도둑놈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고 따라서 이는 국민적 뒷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고 그렇다면 훔쳐온 것들은 국민 모두 공평하게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장물의 공평분배 사상만이 성립 가능할 뿐이다.
 
이처럼 기본소득은 아래로 파내려가다보면 그 정체성이 희미해져 결국 그 존재가 사라져버린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언젠가 달팽이산책님과의 논쟁과정에서 '기본소득의 기본인식'이라는 논제 하에서 기본소득의 정체성에 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만약 달팽이산책님의 주장대로 '기본소득의 기본인식' '일자리 없음'이라면 그것은 재원만 충분하다면 선별적복지를 통하여 얼마든지 해소가 가능하다. 결국 이 문제는 재원의 문제이지 기본소득과 선별적 복지의 차이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이 선별적 복지에 대해서 그 독자성을 가지는 부분은 그 실시방법이나 사상적 근거 같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기본소득의 독자성, 정체성은 기본소득이 추구하는 근원적인 목적에 있다. 그 목적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를 인정하는 것이다. 즉 노동과 소득의 고리를 끊는데 있다. 개미의 생존이 아니라 베짱이의 자유를 인정하는데 있다. 즉 기본소득이란 동전의 뒷면에는 '자유'라고 기재되어 있는 반면 선별적 복지의 이면에는 '생존'이라고 적혀 있는 것이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자라면 적어도 스스로 베짱이가 되어야 한다. 베짱이의 사고방식으로 연설을 하고 글을 써야 한다. 아직은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베짱이도 일을 해야 먹고 살수 있지만 그 노동을 하면서도 이것은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미 인류의 생산력은 한사람만 일을 해도 100명을 먹여 살리고도 남는 상황인데 아직도 일을 해야만 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화폐자본주의라는 강제노동의 아우슈비츠에서 무의미한 혹사를 당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개미라고 생각하고 있다. 강제노동을 당연시하면서 받아들이고 있으며 감사한 마음으로 채찍을 맞고 있다. 개미의 생존만 보장되면 그것으로서 기본소득의 목적은 달성되는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그런 정도라면 기본소득은 선별적 복지와 전혀 다를 바 없게 된다.
 
생존에서 자유로.
 
이것이 기본소득의 정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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