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도 필자의 국가펀드도 10년 내로는 달성 가망이 별로 없다. 물론 끝까지 추진은 한다. 하지만 그저 목만 길게 내밀고 10년 후를 바라보고 있기만 할 수는 없다.
기본소득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이며 핵심적인 것은 재원이다. 재원은 기본소득의 알파요 오메가다. 재원만 무리없이 조달되면 기본소득에 금상첨화소득도 더 얹을 수 있다. 재원이 충분하면 기본소득제도 그 자체도 필요 없다. 풍성한 선별적 복지는 메마른 기본소득보다 낫다. 따라서 요는 재원이다.
재원을 마련하는 데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화폐적 방법과 실물적 방법이 그것이다. 먼저 화폐적 방법을 살펴본다.
화폐적 방법 중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방법은 자본의 곳간을 터는 것이다. 일단 곳간을 털기 시작하면 적어도 몇 년 동안의 기본소득 재원은 충당할 수 있다. 그 다음은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 이 방법은 현재 기본소득 진영의 공식적 방법론이다. 이로써 노동은 기본소득의 혜택을 누리고 그 지도부는 선거에서 정권을 거머쥐게 되는 일타쌍피의 수확을 거둘 수 있게 된다.
다른 또 하나의 화폐적 방법은 예의 국가부채를 통한 조달이다. 사실 지금도 선별적 복지의 방법으로서 이 방법은 사용되고 있다. 사람들을 잠실 운동장에 대거 집결시킨다. 그 사람들에게 국민체조를 실시하도록 한다. 그리고 돌아가는 출구에서 각자 체조수당을 지급한다. 이를 경제학적인 용어로 '정부지출(G)' 이라 부른다. 실로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정부지출은 체조기금이었다. 그 진정한 목적은 정부지출을 통해 무엇인가 유익한 것을 생산해 내는 것이 아니라 총수요 부양을 위해 사람들에게 돈을 뿌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산간벽지에까지 저렇게 번듯한 도로가 뻗어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절벽 끝에서 그 길이 끊겼다. 이를 이름하여 재정절벽이라 부른다.
실물적 방법은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축적된 생산력을 현실화 시키는 방법이다. 벌써 몇번을 반복해서 이야기했는 지 모르지만 현재의 인류의 생산력은 이미 천국에 들어서 있다. 그 천국은 사람들의 손아귀에 쥐고 있는 돈이 풀려나옴과 동시에 현실화된다. 사실 인류의 생산력은 이미 1970년대에 천국마저 지나쳐버린 상황이다.
언젠가서부터 노벨상에 빛나는 많은 경제학자나 나아가 일반 부평초 지식인들이 성장에서 분배로라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불행히도 인류는 이 지점에서 또 한번의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그 판단미스의 여파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오히려 더 거세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말이겠지만 분배는 정답이 아니다. 물론 분배만으로 저기 다리 밑에서 판자집을 짓고 살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정도에서 끝이 난다. 분배는 모두가 화목한 거지로 사는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분배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이다.
정답은 생산능력의 실현이다. 현재의 인류의 성장은 반쪽 짜리 성장이다. 그것은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이름의 성장이다. 생산능력만 성장했지 그 실현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성장이다. 몸의 오른편만 성장하고 왼편은 정지되어 있는 기형적인 성장 장애 증후군에 걸려 있는 것이 현대 인류경제다.
생산능력을 실현시키는 일은 분배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분배가 이 목적에 기여하는 정도는 극미하다. 그저 해가 되지 않는다는 정도로 표현하면 될 정도다. 사실 분배론자들의 머리속에는 생산능력의 실현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능력만 있지 그 가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인류 경제다. 그 능력발휘를 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축습이다. 그 축습으로 인하여 총수요가 발휘되지 못하고 그 결과 생산능력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이건희가 길바닥의 거지를 저택으로 데리고 들어오면 거지는 처음에는 생경스러워한다. 한끼에 백만원씩 하는 식사를 먹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한벌에 천만원씩 하는 양복을 건드리지도 못한다. 자신의 발바닥의 때가 거실 마루에 묻을까봐 발끝에 힘을 주고 걷게 된다. 언제 이건희의 마음이 변하여 자신을 내쫓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눈치를 보면서 언제나 조심조심한다.
늑대소년을 인간사회에 데리고 들어와서 그를 정상적인 사람으로 만들 때까지는 수년에서 수십년이 걸린다. 현재 인류는 그 늑대소년 제3기나 제4기에 해당한다. 제4기가 끝나면 드디어 인간이 된다. 총수요가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인류가 아직은 늑대소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늑대소년을 스스로 자연스럽게 인간이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줄 수만은 없다.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늑대를 곧바로 인간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늑대의 본성을 충족시켜 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본성을 심어주어야 한다. 즉 화폐적 축적을 가능하게 하면서 동시에 실물적 극대풍요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과도기적 방법이 필요하다. 바로 그 방법이 필자의 국가펀드다. 그리고 그 시뮬레이션이 시장구분 및 소득(화폐)의 강제회전을 전제로 하는 필자의 공동체다. 이로써 '지금 즉시' 늑대로부터 인간으로의 변신이 가능해지게 된다.
Total 6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