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ic Income Korean Network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 /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광장

제목 세모녀의 살해범
글쓴이 retelf 등록일 14-04-12 09:59
달팽이산책님의 호주머니에 있던 돈 10달러를 보라소은행에 예금하게 되면 보라소은행의 지불준비금이 10달러 증가하게 된다. 지불준비율이 10%이므로 보라소은행의 대출여력은 100달러가 생겼다. 하지만 이미 달팽이산책님의 예금 10달러가 원천적으로 존재하므로 정확한 대출여력은 90달러이다.
 
미국 서부개척시대에 사람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에는 현금으로 빌렸다. 그래서 보라소은행이 빌려줄 수 있는 돈은 고작해야 9달러였다. 하지만 이 9달러가 다시 다른 은행으로 흘러들어가게 되면 그 은행은 이를 기초로 추가적인 대출을 일으킬 수 있었으므로 그 합계가 100달러가 된다는 것이 지금의 경제학 교과서에 나와 있는 신용창조의 과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거래가 전산화된 오늘날에 있어서 사람들은 돈을 현금으로 빌리지 않는다. 보라소은행은 미선씨의 통장에 숫자 90달러를 한번에 찍어주면 그만이다. 그러면 달팽이산책님의 예금 10달러와 미선씨의 예금 90달러의 합계 100달러의 예금이 존재하고 은행금고에는 현금 10달러가 존재하므로 이 상태에서 금융감독원 감사가 뜨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오늘날의 경제학 교과서는 아직도 여전히 서부개척시대를 전제로 한 신용창조를 설명하고 있다.
 
작금의 케인지언과 통화주의자, 새케인즈학파와 새고전학파, 또는 신자유주의자와 그 반대자들의 모든 논쟁은 이처럼 서부개척시대의 OK목장의 결투나 마찬가지다. 이미 현실이 아닌 과거를 기반으로 한 논쟁일 뿐이다. 이는 마치 조선왕조가 멸망한 후에도 과거시험 보겠다고 글공부하면서 논어의 해석에 관한 논쟁을 벌이는 것과 같다. 필자가 누누이 반복하여 지적하는 것처럼 지금의 경제학은 케인즈 이래 단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상태이다. 그리하여 케인즈 이전 시대의 현실을 전제로 한 처방책만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현실이 이모양 이꼴인 것이며 세모녀 자살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 역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현대의 금융제도에 있어서 수신과 여신은 전혀 별개의 동네에서 이루어진다. 아직도 대부분의 경제학 교수들은 실물시장과 자산시장의 명확한 구분이 없는 상태에서 투자재원은 저축을 통해 조성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무식한 신문기자들은 간간히 이런 내용을 그대로 신문에 옮긴다.
 
중세봉건시대를 전제로 하였을 때, 생산된 쌀을 다 먹어버리면 남는 곡식이 없다. 반면 생산된 쌀 중 일부를 남겨서 술을 빚어 이를 팔면 그것은 투자가 된다. 따라서 이 시대에 있어서는 투자는 저축을 필연적인 전제로 하였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현대 금융시스템에 있어서 수신과 여신은 전혀 별개의 영역이다. 어차피 대부분의 현금은 은행금고 - 정확히는 중앙은행의 지준예치금 - 으로 존재하고 따라서 전체은행의 대출여력은 그 지준예치금에 신용승수를 곱한 만큼으로 '고정'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물시장에서 쌀로 밥을 해 먹고 똥을 싸버리던지 아니면 쌀막걸리를 만들어 장사를 하던지는 은행의 예금통화 창출능력에 하등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준예치금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투자는 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한다. 실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화폐로 한다. 즉 투자는 실물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화폐시장을 기반으로 한다. 그럼에도 경제학 교수들의 대뇌피질 아래쪽은 OK목장 결투시절, 아니 그 보다도 훨씬 이전의 중세봉건시대를 바탕으로 하는 저축과 투자의 관계만 생각하고 있고, 그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그 학생들이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정부 경제부처에 임용되어 정책을 실시하고, 그 결과 세모녀가 자살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건희 때문에 세모녀가 자살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저축은 소비나 투자를 하지 않음이다. 이 저축은 '예금시장'에서 이루어진다. 월급을 받아서 이를 그대로 예금을 하면 노동자의 예금이 증가할 뿐이고 월급을 가지고 물건을 사면 상인의 예금이 증가할 뿐이다. 경제 전체적으로 예금은 동일하다. 한국은행 현금 금고의 지불준비금 역시 아무런 변동이 없다. 이처럼 소비나 저축 그 자체는 예금시장에는 일단 아무런 변동을 야기하지 않는다.
 
반면 '대출시장'에서는 그 상황이 사뭇 달라지게 된다. 소비를 하지 않고 저축만 하게 되면 기업들은 매출이 오르지 않아 은행의 채무독촉에 시달리게 된다. 은행은 원금상환을 요구하게 되고 기업은 대출받을 때 제공하였던 담보를 처분하여 빚을 갚게 된다. 갚은 돈은 은행 내부에서 소각된다. 이로써 창조된 신용, 즉 예금통화가 소각되면서 통화량은 감소한다. 대신 그에 상응하는 대출 T/O가 발생한다.
 
총수요 위축으로 인하여 경기가 장기적으로 침체하게 되면 모든 은행들이 원금상환을 요구하게 되고 모든 기업들은 채무독촉에 시달리면서 추가 투자를 꺼린다. 그 결과 추가적인 예금통화, 즉 통화량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대출금 상환으로 인하여 통화량은 축소 일로를 걷게 된다. 그와 비례하에 대출여력은 증가하게 된다. 지준예치금은 언제나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실물시장에서의 장사는 이제 더 이상 할 수가 없게 된다.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으므로 기업들이 더 이상 새로운 투자를 할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돈 빌리러 오는 기업들이 없어지게 되고 이미 받아들인 예금에 대한 이자는 지급해야 하므로 은행은 - 실물시장이라는 모 아니면 도 시장이 아닌 -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시장에 대출여력을 흘려 보낼 수 밖에 없게 된다. 명동 사채시장과 같은 제2, 3금융시장으로 대출을 흘려 보내면서 일수놀이 같은 것에 그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다.
 
손주를 사랑하는 할머니가 쌈짓돈을 모으고 있고 근로자들이 받은 임금 중 일부를 허리띠를 졸라매고 꼬박꼬박 내집마련 적금에 저축하는 이상 기업들은 어쩔 수 없고 은행 역시 어쩔 수 없다. 원죄는 이건희와 은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 있는 것이다. 세모녀를 죽인 자는 일반 근로자들, 특히 정규직 근로자들이었던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하는 것에 대한 경제윤리적 평가가 잘못된 것은 박정희 시대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 때문이었다. 이 시기에 있어서 저축은 적어도 국내적으로는 미덕이었다. 구로공단 언니들은 받은 임금을 꼬박꼬박 저축했다. 하지만 국내기업들은 해외 수출로 매출을 올렸다. 상품을 개당 1000원씩 10개 만들어 10,000원을 공순이 언니의 임금으로 지급하고 공순이 언니가 그 중 5000원만 소비하고 5천원은 저축하더라도 기업들은 외국에 나머지 5개를 수출해서 5달러를 벌어왔고 이를 외환시장에서 5000원으로 환전하여 다시 자신의 통장에 입금하였으므로로 기업들의 예금 잔고는 다시 10,000원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다음날 다시 공순이 언니들은 힘차게 일을 할 수 있었고 꾸준히 저축을 할 수 있었으며 국내적으로 총수요부족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것이 박정희 정권 시절의 경제기조였다. 이처럼 그 시기에 우리나라는 소국으로서 전세계를 상대로 제국주의 정책을 펼쳤던 것이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이 더욱 심했고 그 결과 미국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일본이 수출하는 만큼 미국의 총수요는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런 제국주의가 통하지 않는다. 경상수지 흑자 기반의 경제정책은 이제 굳바이다. 당장 외국의 반격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공순이 식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궁극적으로는 세모녀의 자살로 귀결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모녀 살해범들인 정규직 근로자들에게 기본소득의 담세자가 아닌 수혜자로서의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의 기본소득론자들의 주장인 것이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Me2Day로 보내기 게시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광장

Total 665
번호 제 목 글쓴이 등록일
395 풍요속의 빈곤 retelf 04-15
394 기본소득제 쟁점 토론회... 醉~ 04-14
393 금융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 retelf 04-14
392 자본주의,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醉~ 04-13
391 경제학과 풍요학 retelf 04-13
390 세모녀의 살해범 retelf 04-12
389 웹자보를 하나 만들어 봤는데 어떠냐? 醉~ 04-11
388 똑같다... (1) 醉~ 04-11
387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둔 기본소득 지급 신바람강박사 04-10
386 더글러스 소령의 한계 (4) retelf 04-10
385 교육감 선거는 어떻게 하지? 진주 찾기 놀기. 醉~ 04-10
384 지방선거가 왜 중요하냐 하면... 醉~ 04-09
383 닭대가리 자유주의 retelf 04-09
382 큰바빌론 종교에 닥칠 태풍 그린맨 04-08
381 기본소득의 위험 retelf 04-08
처음  이전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다음  맨끝
놀이터추천
스포츠토토
토토사이트
카지노주소
네임드사다리
바카라사이트주소
호게임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 / basicincome@copyLeft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