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제목 |
경제학의 사명 |
글쓴이 |
retelf |
등록일 |
14-02-13 08:55 |
언젠가 친구를 만나서 술 한잔 하고 있을 때 그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지금의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라고. 나는 그 이야기를 그저 멀거니 듣고만 있었다. 무슨 할 말이 없었다. 없다기 보다는 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유전이 발견되면 가장 먼저 세워지는 것은 정유공장이다. 그 다음 우리는 휘발유를 차에 집어 넣고 여기저기 다닌다. 원유를 그대로 차에 집어 넣을 수는 없다.
지금 이 세상에 없는 것은 그 정유공장이다. 유전은 발견되었다.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인류는 그 족속이 멸망할 때까지의 충분한 원유를 보장받았다. 하지만 지금 하고 다니는 모습은 그 원유를 화장품으로 얼굴에 찍어 바르고 다니는 모습이다.
핵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본은 핵을 없애자고 할 정도이다. 핵은 원자로에서 제어봉인가 뭔가를 가지고 과다붕괴를 통제한다. 그럼으로써 에너지 분출을 안정화시킨다. 만약 제어봉이 없다면 이 세상은 하루가 멀다하고 체르노빌이네 후쿠시마네 하며 허둥지둥하게 될 것이다.
이 세상에 없는 것이 바로 그 제어봉이다. 그 제어봉을 만드는 공장은 경제학이다. 그 제어봉이 다루어야 할 핵은 바로 화폐다. 하지만 아직도 경제학은 그 화폐제어봉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정유공장이 없이는 우리는 차를 타고 다니지 못한다. 핵 제어봉이 없으면 원자로는 녹아서 넘치게 된다. 마찬가지로 화폐를 통제할 수 있는 경제학 이론이 없이는 영원히 이 세상 경제는 아비규환 속을 헤메이게 된다.
술먹던 친구는 정치를 하는 친구였다. 나는 그 친구를 이해한다. 지금까지 경제문제를 해결한 경제학자는 1/2명 - 케인즈 - 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나머지 1/2이 채워지지 않아 경제는 지금도 화폐성 동맥경화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 친구는 경제학에는 아예 기대를 하지 않는다. 사실 경제학자들 스스로부터 경제학에 기대를 하지 않는다. 중세의 타락한 교회의 신부들처럼 이제 경제학은 그저 먹고 사는 직업이 되어버렸다.
경제학 이론은 집회나 시위를 통해서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이론이 나오게 되면 집회나 시위의 필요성 자체가 없어져 버린다.
지금 나에게 가장 힘든 것은 그러한 경제학 이론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는 그러한 경제학 이론은 절대 나올 수도 있을 수도 없는 것이라는 사람들의 체념주의다. 사실 이 체념의 근원지는 맨큐와 같은 제도권 주류경제학자들이다. 술 먹던 친구 역시 당연히 그러한 체념주의 신앙에 순종하고 있었고 그래서 경제학으로부터는 아무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맨큐부터 포기하고 있는 것을 내가 무슨 수로 만들어낼 수 있단 말인가. 그럴 바에야 정치나 하자. 거기에 분명 뭔가가 있을 거야.
하지만 없다. 경제는 일단 경제학에서 그 첫단추를 풀어야 한다. 그 다음에 휘발유를 차에 집어 넣고 정치를 하러 다니던 룸싸롱을 들락거리던 할 일이다.
지금의 경제문제는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시장경제가 열리면서 화폐가 경제의 전면에 등장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문제이다. 화폐가 소량이었거나 경제의 뒷전에 머물러 있었을 때에는 발생하지 않았고 발생할 수도 없었던 문제이다. 따라서 숲속에서 이리뛰고 저리뛰는 화폐라는 이름의 원숭이를 잡는 것이 경제학의 사명이다.
그 원숭이의 자유를 빼았고 이를 인간의 노예로 만드는 것. 이것이 지금의 경제학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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