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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패배. 예견된 공포. |
글쓴이 |
醉~ |
등록일 |
14-07-10 10:00 |
나야 뭐 16강전부터 월드컵을 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운이 좋은건지... 내가 본 게임들은 다 괜찮았어.
아는 사람이 메시밖에 없어서 일단 관심은 아르헨이지만 개인적으로 프랑스가 정말 강팀같더라. 8강에서 뭐 독일한테 지긴 했지만 저 팀, 잘 유지만 시킨다면 다음 월드컵 때는 우승도 가능할
그건 그렇고... 암튼 가장 충격적인 게임은 역시 어제 새벽의 브라질 - 독일의 4강전.
브라질은 내가 좋아하는 팀이 아니다. 그런데 어젠 좀 걱정이 되더라고.
브라질이 이기면 1골차 승리일거고... 지면 다소 충격적인 패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2~3골차?
근데 웬걸. 무려 6골차. (스코어는 틀렸지만 내가 이런거 보면 감은 좀 있나봐.)
그 새벽에... 볼 때 느낌이...
그냥 모골이 송연했었다. 끔찍. 잔인.
차범근도 이야기 하대. <제발 이제 그만 들어갔으면 좋겠다... 세계 축구를 위해서라도.> 취~도 심정이 딱 그랬었다.
<마라카낭의 비극>이라고 유명한 사건이 있다. 역시 브라질이 월드컵 유치했는데 결승전에서 우루과인가 하고 해서 졌어. 역전패 당했단다. 그때 브라질 사람들, 자살을 하고 당시 뛰었던 브라질 선수들은 선수생명 다 끊겨버리고... 오죽 심각했음 기존 유니폼을 불 태우고 유니폼을 바꿨단다. <마라카낭의 비극>이라고 검색해서 찾아보면 당시 상황이 나올거야.
브라질 축구선수로서는 홈팀 경기가 좋은게 아니다. 만약 지면... 이건 국가 역적 되는거야.
그 중압감!
거기에 공격과 수비에서 핵심선수가 부상과 경고누적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만약에 이번에도 지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되는거냐?>
경기보다도 경기 외적에서 흥미가 나서 그 새벽에 본 건데... 첫골 허용하더니 그냥 와르르르~
이건 뭐 방법도 없고... 그냥 걷잡을 수도 없이 와르르르~
자전거 첨 배울 때 특히 돌에 걸려 넘어지는 까닭은... 자전거 탄 사람이 그 돌을 미리 보고 겁내서라고 한다. 돌을 보니까 겁나거덩. 때문에 오히려 자전거를 그쪽으로 몬다고 해.
참 아이러니 한데... 그게 공포의 한 특징이래. 무서워 하면서도 오히려 슬금슬금 그 공포의 실체에 다가간다... 공포의 특징.
<지면 어떻게 되느냐>를 걱정하다가... 정말 그냥 말도 안 될 정도의 패배를 당한거야. 실력으로야 어떻게, 브라질이 무너져도 그렇게까지 무너지겠냐?
암튼 무서워서 온몸에 소름이 다 돋았다. 결과는 7 대 1. 그러나 스코어는 사실 무의미. 10 대 0 할랬으면 10 대 0도 가능했을 정도.
독일도 자신들이 낸 결과임에도 웬지 무서워져서 그냥 한골 주고... 더 넣지도 않은 것 같았다.
차범근도...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와 별 관계없는 브라질의 패배일 뿐인데... 정말 참담해 하더라고.
범이 죽더라도 범답게나 죽어야 하는데... 무슨 개 잡는 올무 같은데 목 걸려서 털 다 빠지고 해서 비참하게 죽었다고 상상해 봐. 머 그런 충격?
네골 후부터는... <여기서 더 들어갈 수도 있어요> <여기서도 또 더 들어갈 수도 있어요...> 웬지 공포스럽게 해설 했었던 것 같다. 대단한 이슈인데도 그를 반가워 하질 않았다.
나는 기본소득제만이 지금 상태에서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뭐 다들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난, 지금 우리나라 상황... <여기서 지면 어떻게 되는거지?> 했던 브라질 선수들 처럼... 그렇게 공포스럽다.
사실 상황을 공포스럽게 몰아대는 것도 어느 선을 넘으면 선전, 선동에는 좋지 않다. 아는데... 근데 나는 진짜 공포스러워.
엊그제 <월드컵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라는 글을 올렸지만...
백수 상태로 20대를 지내고 나면... 그의 인생은...
사실 없지...
설사 백수가 아니더라도... 첫 직장을 무슨 알바자리 비슷한 돈 잘 안 나오는 이상한 데서 시작하면... 이후 직장은 그 이상을 넘지 못 한다.
저축율은 3% 미만. 일자리도 없고 자영업도 안 되고 노인들 빈곤율은 OECD 최고.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고 사회 안전망 이야기 하면... 진보들 조차도 무슨 거지나 받는게 복지인줄 알고... 기득권은 악랄하고 잔인하고 인정사정없고...
공포...
그 공포가 일단 현실이 되면... 브라질처럼 그냥 와르르르르 무너질 것 같애.
우선 나부터도 자살할 지경에 몰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뭐 일자리는 쪼개고 월급은 올려받고... 하면 된다는데...
기업마다 다 사정이 다르쟈나? 그런데도 모든 기업들이 다 그렇게 하도록 강제하는건 그건 국가라도 그렇게는 할 수 없는거다.
당장 최저임금만 하더라도... 일테면 한 몇 천원 올리면 중소기업, 자영업 다 망해.
전에 최저임금 올린다니까 아파트 청소부들이 일단 반대했었쟎아? 최저임금 올리면 그 임금 받고 자시고 하기 전에 우선 일자리에서 좇겨나. 그래서 반대.
골백번을 생각해도 이런 상황에서 가능한 것은 기본소득제 뿐이다.
아, 이번 글이 아고라에서 취~의 마지막 글이다.
아고라에서는 기본소득제 글 충분히 올렸다고 생각한다.
알릴만큼 알렸고. 그런데 더 이상 새로운 관심을 모으기는 좀 힘들 것 같아서...
다른 게시판에서 글을 써 볼 작정이다.
자꾸 밖으로 빠져나가서 또 다른데서 알려야 확산도 되는거고... 암튼 한군데에서만 마냥 고여 있는건 좀 비경제적인것 같아서 말이다.
이미 찬성하는 사람들만 계속 찬성 찍고 글 봐주고 그러쟈나? 기본소득, 제껴버린 사람들은 이제 글 아예 봐주지도 않고.
그러니 나도 자꾸 긴장감을 잃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기본소득 글 쓰면서도 <이것도 조회수 얼마 안 나오겠지> 자조하며 쓸 정도니.
음...
오케이.
가끔 들릴께. Bye~
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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