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2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그것이 인적 물적으로 자본축적이 되어 추후의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측면과 다른 하나는 그 자체 유효수요로 작용하는 측면이 그것이다. 이 둘 중 지금의 시점에서 절실한 것은 전자가 아니라 후자, 즉 자본축적 측면이 아니라 총수요 측면이다. 더 이상의 자본축적은 사실상 필요 없거나 적어도 지금 당장은 시급하지 않다. 성장 안해도 된다. 오히려 지금 존재하는 유휴설비의 100% 가동만으로도 10배의 생산량 증가를 일으킬 수 있다. 커피숍의 숫자가 10분의 1로 줄어들어도 사람들이 돈을 풍족히 쓸 수 있게 되면 커피숍 매상은 예전보다 더 올라갈 수도 있다.
커피숍을 만들려면 인테리어 업자가 동원되어야 한다. 만들어진 이후에는 직원을 고용해서 운영을 하여야 한다. 이것이 투자다. 투자는 직접적으로 또는 상품이라는 매개체를 거쳐 간접적으로라도 결국은 그 모두가 인건비로 귀착된다. 즉 총수요가 되어 소득을 증진시켜 주는 것이다. 졸부들은 바로 이런 형태로 스타벅스나 롯데리아 아니면 스스로 처갓집양념통닭 브랜드를 만들어 매장을 열고 수십억을 투자한다. 그 돈을 달팽이산책님이 받아서 쓰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이전의 글, 혁명의 망령에서 쓴 글을 여기에 그대로 옮겨본다.
"한 사람의 재산가의 소득을 뺏어다가 100명의 안정근로자와 불안정근로자 그리고 실업자에게 50만원씩 지급하게 되면 그 재산가가 일으킬 수 있었던 투자지출의 감소분이 안정근로자와 불안정근로자 그리고 실업자의 소비 증가분보다 커진다. 따라서 그 차액만큼 소득순환 과정에서의 유출이 발생하고 다시 거기에 투자승수를 곱한 만큼 총수요는 감소한다. 그러면 한국 경기는 후퇴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아는 기본소득 열성당원은 아무도 없다. 적어도 한국에는 단 한 명도 없다."
여기서 한 사람의 재산가가 바로 그 졸부다. 그가 졸부통닭프랜차이즈 회사를 만들기 위해 2달간 투자할 액수가 3억이었다고 하면 그 3억은 궁극적으로 안정근로자나 불안정 근로자 나아가 실업자에게 소득의 형태로 흘러들어간다. 이 때 2달간의 총수요는 3억이다. 하지만 졸부가 투자할 그 3억을 뺏어서 기본소득의 형태로 월 50만원씩 100명의 안정근로자와 100명의 불안정근로자 그리고 100명의 실업자에게 50만원씩 2달간 지급하는 재원으로 삼게 되면 - 그리고 안정근로자는 이러한 가외의 수입을 모두 저축하고 불안정근로자는 그 중 50%를 저축하고 실업자는 100%를 소비한다고 가정한다면 - 이 때 1억5천만원의 퇴장소득이 발생하게 된다.
2달 후가 되었다. 졸부통닭프랜차이즈가 성공하여 매장을 확대하고 직원고용을 늘여가면 그는 매 2달마다 3억씩 다시 투자할 수 있다. 그래서 달팽이산책님은 매달 소득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졸부가 그 돈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뺏겨 버린 경우에는 첫 2달만 기본소득을 지급받는 것으로 끝난다. 달팽이산책님의 가게는 애당초부터 하나의 물건도 팔리지 않아 파리만 날리게 되고 먼지만 쌓이게 된다.
만약 졸부가 애당초부터 매 2달마다 발생하는 자본수입 3억을 자신의 곳간에 끝없이 쟁여놓는 수전노라면 이 경우 그 돈을 뺏어서 안정근로자, 불안정 근로자, 실업자에게 뿌려주게 되면 경제는 1억5천만큼 살아나게 된다. 매출의 발생과 함께 달팽이산책님의 매장은 번들번들하게 닦여서 파리가 미끄러져 자빠지게 되는 것이다.
경제성장과 경기부양을 혼동하지 말기 바란다. 성장은 필요 없지만 부양을 절실한 것이다. 졸부들의 투자는 경기부양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이다. 그들이 자산시장으로 빼돌리는 돈은 뺏어서 구워먹던 삶아먹던 관계없지만 그들이 실물시장에 투자하려는 돈은 절대로 뺏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