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기본소득 국제학술대회를 마치며

메르스의 확산이라는 큰 문제도 있고, 대회 진행 중에 몇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무사히 이틀 동안의 행사를 마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이것은 모두 이번 행상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의 노고 때문입니다. 감사드립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5년 동안 한국의 기본소득 운동은 많이 진전했습니다. 학술 연구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와 사회 운동에서도 우리는 전진했습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가 기본소득 운동의 중심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기본소득공동행동(준)이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개인들과 조직들이 모일 수 있는 틀이 되었습니다.

비록 작은 정당이지만 녹색당이 지난 3월에 기본소득을 당의 기본 정책으로 삼았으며, 또 다른 작은 정당인 노동당도 내년 총선에서 기본소득을 정책으로 내걸 생각입니다. 기성 정당과 정치권에서도 기본소득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사회운동, 특히 청년, 예술인,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에서 기본소득은 가장 현실서 있는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미 학술대회 발표 속에서 많이 나왔기 때문에 길게 말씀드릴 필요는 없지만, 기본소득은 전 지구적으로도 가장 뜨거운 쟁점입니다. 환경위기, 특히 경제위기 시대에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인 이번 학술대회의 배경입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다룬 영화의 제목으로도 표현되었고, 어떤 슬로베니아 출신 철학자가 자신의 책 제목으로 삼기도 했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기본소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Basic Income at the Gate.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를 ‘지역정치와 기본소득’으로 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지역 차원에서 기본소득의 경험을 검토함으로써 새로운 모델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칼 와이더키스트, 사라트 다발라, 추이 즈위안, 곽노완 등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말 그대로 정치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정치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가 있다 하더라도 기본소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기본소득을 포함해서 더 민주적이고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라는 장을 구성하거나 거기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이와 관련한 움직임과 전망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보르하 바라게, 안냐 아스켈란트, 금민 등의 발표가 그것입니다. 또한 엔노 슈미트는 감동적인 스위스 국민투표 발의 과정에 대해 그보다 더 감동적으로 우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새로운 정치는 새로운 주체에 의해 가능하며, 또한 그 과정에서 새로운 주체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이때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청년층입니다. 이때 청년은 단지 젊다는 의미만이 아닙니다. 청년이란 말은 우리 시대 위기와 고통의 상징입니다 우리는 이 상징에서 출발해서 기본소득을 현실로 만들고자 합니다. 청년의 삶에 대해서는 주온이, 어떤 가능성을 찾는 우리의 시도에 대해서는 강남훈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번 학술대회는 내년에 서울에서 열릴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의 예비 행사이기도 합니다. 2016년은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가 창립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때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가 열리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건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우선 이를 통해 기본소득 운동이 진정으로 지구적 운동이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은 포괄적인 사회 변화에서 기본소득이 중요한 역할을 할 나라라는 것입니다.

이번 학술대회가 국내의 기본소득 운동을 더욱 강화하고, 국제적으로는 깊은 연대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힘을 모아 내년 7월 서울에서 열린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가 잘 되기를 바라며,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이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제 끝을 맺어야 할 시간입니다. 하지만 감사의 말을 빼고 끝낼 수는 없습니다. 당연하게도 국내외 발표자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해외에서 오신 칼 와이더키스트, 추이 즈위안, 엔노 슈미트, 사라트 다발라, 안냐 아스켈란트, 보르하 바라게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내 발표자인 곽노완, 금민, 김주온, 강남훈에게 감사드립니다.

각 세션의 사회를 맡아주신 유정훈, 권정임, 김동택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셔서 훌륭한 질의와 토론을 해주신 청중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쉽지 않는 퉁역을 훌륭하게 해주신 두 분의 통역사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독일어 통역을 해주신 금민 선생께도 감사합니다.

함께 주최하거나 후원해준 서강대학교 국제한국학선도센터,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한국연구재단, 한겨레,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에 감사드립니다.

다음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기 전에 추이 즈위안의 발표문 끝에 인용된 G. K. 체스터턴의 말을 빌리고자 합니다. 기독교가 불멸인 이유는 약한 사람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이 아니라 뒤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오늘의 학술대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는 것입니다. 목화균, 광호, 재성, 스밀라, 주온, 이름, 희원, 시정, 순욱, 선미에게 감사드립니다. 혹시 제가 빼놓은 사람이 있다면 미리 용서를 구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서 했던 말을 다시 하면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기본소득이 다가오고 있다.” Basic Income at the Gate.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