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8-13 15:39
[언론기사및보도자료] [프로메테우스] 자유, 평등, 주권, 그리고 기본소득
 글쓴이 : 사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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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사람|조회 52|추천 0|2010.02.02. 11:27http://cafe.daum.net/basicincome/4tDd/21 

 

자유, 평등, 주권, 그리고 기본소득
기본소득 국제학술대회 ①
김성일 기자  메일보내기
△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린 기본소득 국제학술대회 ⓒ 프로메테우스 양희석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기본소득 국제학술대회가 서울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열렸다. 
프로메테우스는 3일간의 대회에서 이야기된 내용들을 노동과 생산‧사회권리운동‧경제효과‧지구적기본소득‧민주주의 등으로 나누어 연재하고자 한다.

 

1월 27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리는 기본소득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국내외의 기본소득 연구자와 운동가들이 모였다. 이 대회는 기본소득네트워크,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민주노총, 전국교수노조, 사회당 등 학술 및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최로 열렸으며 경향신문, 레프트21, 프로메테우스, 한겨레 등  언론사들이 후원을 맡았다. 후원매체 중 하나인 라디오21은 27-28일 양일간 인터넷을 통해 대회를 생중계 하기도 했다.

 

대회에 앞서 국내외 발표자들과 기본소득 네트워크 운영위원을 비롯한 600여명의 공동명의로 ‘기본소득 서울 선언’이 발표되었으며, 이 선언을 통해 참가자들은 기본소득이 “대안사회를 향한 가능성의 중심”에 있다고 확언했다. 선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판 빠레이스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국제위원회 의장은 “기본소득 지구 네트워크의 발상지인 유럽에서도 이제서야 지지가 확산되기 시작한 기본소득이 한국에서 이토록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감상을 밝혔고, 브라질 노동자당의 수플리시 상원의원은 “총인구 8천만에 달하는 남북한 모두를 위한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제안하기도 했다.

기본소득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발표자들은 학자‧정치인‧운동가 등 다양한 계층의 인사들이었다. 이들은 기본소득에 대해 분명하게 지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띄었지만, 기본소득이라는 화두를 바라보는 방향은 조금씩 다른 형태를 띄고 있었다. 이러한 성향은 용어의 사용에서부터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었는데, 운동 혹은 권리라는 광범위한 틀에서 ‘기본소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측과, 제도적 의미로 고정하여 ‘기본소득제’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측의 차이가 대표적이다. 또 발표내용도 일국적 기본소득을 주제로 하는 발표와 지구적 기본소득을 주제로 한 발표로 나뉘어져 있었다.

 

주권국민의 권리와 “좋은 민주주의”를 위한 기본소득

 

27일 발표된 기본소득 서울 선언에는 “19세기 노예제 폐지, 20세기 보통선거권 쟁취”와 21세기의 기본소득 운동을 비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 내용은 본래 판 빠레이스가 주장했던 이야기로, 기본소득의 의미를 “동등한 사회경제적 권리”로 보는 시각에서 나온 말이다. 한국의 기본소득운동에서도 기본소득을 민주주의와 사회권의 평등, 공화적 자유 등으로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존재해왔는데, 대표적으로는 사회대안포럼의 금민 운영위원장의 경우와 사회당 기본소득위원회 등의 입장이 이에 부합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금민, 블라슈케(독일 좌파당 기본소득 연방연구회 연구위원), 장석준(진보신당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 등이 주로 이러한 입장을 개진했다.

 

장석준 실장은 보편적 시민권과 소득보장의 연관성을 이야기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1인 1표’가 경제사회에서는 ‘1원 1표’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본소득이 경제권의 보편적 토대가 될 수 있다면서, 모든 시민이 보편적으로 시민권 자체에서 비롯된 소득을 제공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금민 운영위원장이 기본소득에 대해 주로 이야기해왔던 “너와 내가 같은 공화국의 국민이라는 이유만으로”라는 주장과도 맥을 같이 한다. 최광은 사회당 대표 역시 “민주주의와 국민주권 차원에서 1인1표가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권리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기본소득을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민 운영위원장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평등권이 기존에 인식되어 오듯 ‘자격의 평등’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 ‘보편적 조건의 평등’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민적 자유권에 있어서도 소극적 자유를 넘어 실질적으로 작동되는 자유권을 옹호했고, 이러한 실질적 평등과 실질적 자유의 주장을 통해 기본소득 운동을 국민주권 운동으로 규정했다.

 

장 실장과 금 운영위원장의 입장은 민주주의와 사회경제권의 기초라는 면에서 같은 시각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으나, 한쪽은 기본소득을 하나의 국가제도로, 한쪽은 권리로 설명한다는 면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블라슈케는 독일에서 대립적으로 논의되는 기본소득과 기본보장(혹은 최소보장. 일정선 이하의 빈곤층에만 급부를 맞추어 주자는 주장으로, 일종의 보충급여 형태로 볼 수 있다. 한국의 기초생활보장급여와 비슷한 논리)을 비교하면서, 기본소득이 기존의 잔여적 복지관과 비교해 인권과 민주주의 측면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설명했다. 블라슈케는 기본보장이 규칙, 심사, 통제를 통해 빈민에 대해 차별적 낙인을 찍는다는 점, 또 이러한 통제에 제대로 복무하지 않은 빈민은 사회적 권리로부터 낙오된다는 점에서 인권의 침해요소가 크다고 보았다. 또한 조건과 심사에 매인 급부체계는 납세자와 수급자를 사회적인 종속관계와 시혜관계로 자리매기며, 이러한 관계는 양적 다수에 의한 ‘나쁜 민주주의’를 더 굳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블라슈케는 인권적 측면에서의 장점과, 자연적‧문화적 자원의 평등한 권리 측면에서 기본소득을 일종의 공유형태로 자리매겼고, 곽노완 시립대 교수는 “누구나 필요에 따라 평등하게 처분권을 갖는 코뮌재”의 한 형태로 기본소득을 규정했다. 곽 교수는 물질과 비물질을 망라하여 구성원 모두가 향유하는 공간으로 “글로컬 아고라(Glocal Agora)”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이라는 판 빠레이스의 표현을 인용했다.

 

기본소득과 부문운동

 

한국의 기본소득 운동이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서인지, 국외 발표자들은 주로 기본소득 운동의 각국과 세계적 흐름에 대한 설명에 시간을 할애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것은 블라슈케가 소개한, ‘완전고용 대신에 자유를’이라는 이름의 단체가 정립한 해방적 기본소득 테제와 독일연방청소년클럽(독일 연방 전역에서 활동하는 65개 청소년 단체의 네트워크)의 기본소득 지지결정. 이 사례들은 노동자와 청소년 등이 기본소득을 계급적 권리운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기존에 존재했던 기본소득에 대한 국내외의 논문 등에서도 기본소득의 해방적 측면과 물질적 독립을 공화적 자유로 해석하는 입장은 많았으나, 당사자운동의 입장에서 기본소득을 자유권 쟁취의 방편으로 차용한 경우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 도시샤 대학의 야마모리 도루 교수가 소개한 일본의 기본소득 운동 역시 부문 운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야마모리 교수에 따르면 주로 비혼모, 장애인 등 소수자 운동이 기본소득 운동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는데, 야마모리 교수는 “기본소득 논의가 여성들의 (육아를 비롯한)무임금 노동에 대한 기존 복지사회의 무임승차를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기본소득에 대한 ‘무임승차’ 비판에 대한 조용한 역공을 펼쳤다. 그가 소개한 육아수당 도입과정에서 등장한 “콘크리트 대신 인간을”이라는 슬로건은, 2010년 묻지마개발정권 아래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들로서도 곱씹어볼만 하다.

 

최광은 사회당 대표 역시 야마모리 교수와 마찬가지로 장애인 운동과 기본소득의 연계가능성에 주목했다. 최 대표는 장애인 등록제의 현실적 폐해와, 그로 인한 복지제도의 획일화를 지적하고, 기본소득의 논의에서 자주 이야기 되는 사회적 통제와 낙인효과 등 선별적 복지의 폭력성이 장애인 등 소수자 부문에서도 보편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이수봉 민주노총 대변인은 기본소득과 부문운동과의 관계설정을 넘어서, 노동운동이 기본소득을 주장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사회와 사회구성원의 유기적 관계성에 의해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는 활동” 또한 사회를 구성하는 축이 된다는 점을 주장했고, 한편으로 자본이 통제하는 질서의 관념에 동조하는 형태로는 그 질서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을 지적했다. 특히 고용보험과 실업부조가 “오히려 노동윤리를 강화시키는 촉매작용을 한다”고 주장한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보편적 평등과 개별적 자유, 그렇지만...

 

발표자들은 대체로 부문대중의 자유권과 보편적 평등을 기본소득의 장점 중 하나로 들었으나, 그 방법론에 있어서는 타협적인 면도 보였다. 장석준 실장은 기본소득을 특정 구간(청년, 노령층)부터 도입하는 방법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듯 했고, 강남훈, 곽노완 교수는 자신들의 모델에서 연령별 차등지급을 설계한 바 있다. 블라슈케가 속한 좌파당 기본소득 연방 연구회 역시 저연령층에 대해 일정 정도 낮은 수준의 금액을 지급하는 모델을 가지고 있고, 판 빠레이스는 심지어 노령층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식이 저출산구조로의 이행을 가능하게 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입장에서 공통적으로 저연령층에 대한 상대적 차별만큼은 용인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 개운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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