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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해설

이번에 느닷없이 등장한 저 주사위 같은 것을 보고 저것이 대체 무엇인가 의문을 품으신 분도 계실 듯하여 급한 대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의 기본소득 운동에서 기본소득을 시각화하기 위해서 일관적으로 사용되어온 이미지가 있기는 합니다.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도장

이것도 괜찮은 그림이긴 한데… 물론 제가 만든 물건이니 제 마음에 들지 않을 리는 없습니다 =_=

그런데 이번에 사이트를 설계하면서 16x16 크기의 아이콘이 필요해졌습니다. 아마 지금도 브라우저 탭을 보시면 아이콘이 표시되고 있을 겁니다. 세상이 좋아져서 (?) 응용 소프트웨어에 이어 웹사이트들도 자신의 정체성을 브라우저 탭에 아이콘으로 표시할 수 있는 부동산 자산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를 16x16의 좁은 공간 안에 표현해보려고 이것저것 시도해 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만만찮은 작업인 겁니다.

16x16이라는 게 뜻밖에 아주 좁아터진 공간이라서 '모두에게 기본소득을'은 말할 것도 없고 그동안 제가 이런저런 용도로 그려서 써 왔던 픽토그램들도 16x16으로 줄이면 아무리 이런저런 잔재주를 동원해 봐도 형체도 못 알아보게 뭉개져서 흉물스럽기만 했습니다. 결국 발상을 전환해서, 그림을 그린 뒤 그것을 16x16으로 줄이는 게 아니라 16x16의 캔버스를 준비하고 거기에서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를 표현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가 이것입니다.

주사위 로고

단조롭게 생겨먹었지만 나름대로 고민과 의미 부여가 있었습니다. 갖다 붙이려면야 무엇이든 갖다 붙일 수는 있겠는데, 저는 대략 다음과 같은 것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1. 하얀 점과 선이 이루는 형태는 '기본소득'의 '기'입니다. '터'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 '기초'나 '기본'의 형태소로 사용되는 한자 基는 basic income에서도 basic의 뿌리인 base에 대응하며, '기본소득'의 네 글자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그림을 그래프로 볼 수 있습니다. 하얀 것은 '소득'입니다. 이 그래프는 바깥쪽 사각형의 오른쪽 변을 축으로 하여 세 사람의 서로 다른 소득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째 줄의 사람은 소득을 1 받고 있네요. 둘째 줄 사람은 3, 셋째 줄 사람은 소득 2입니다. 세 사람의 소득 수준은 모두 다르지만 모두 1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점은 같습니다. 왜냐하면 1은 기본소득이거든요. 1은 누구에게나, 무조건, 보편적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임을 나타내기 위해 한 줄의 선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 선은 기본소득을, 점은 임금 노동 등으로 얻는 추가 소득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기'의 'ㅣ'는 방풍벽처럼 가장 높은 위치까지 솟아 있습니다. 오른쪽에서 불어오는 비바람과 물보라와 풍랑을 막으며 왼쪽의 점들에게 사회보장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겠죠. 복지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을 선별해서 복지를 제공하는 모든 선별적 복지 제도에는 반드시 사각지대가 있게 마련입니다. 반면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심지어 돈을 휴지 대신 쓰는 갑부에게도 지급하기 때문에 결코 사각지대가 없는 사회보장입니다. 선별적 복지가 구멍투성이 방풍벽이라면 보편적 복지는 'ㅣ'처럼 단순 명쾌하고도 튼튼한 보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ㅣ'는 기본소득의 사각지대 없음을 나타냅니다.
  4. 기본소득의 '기'이기는 하지만 'ㄱ'은 실은 'ㄱ'이 아니라 세 점으로 끊어져 있습니다. 가구 단위가 아니라 개인 단위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의 핵심적 특징인 '개별성'을 나타냅니다.
  5. 모든 사람이 사각형으로 생기진 않았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둥글겠고 어떤 사람은 삐쭉삐쭉하겠죠. 그러나 여기서는 모두 사각형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왜냐하면 기본소득은 그런 차이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둥근 사람이건 울퉁불퉁한 사람이건, 그냥 누구에게나 줍니다. 기본소득의 '무조건성'입니다.

이 '주사위 로고'는 간결한 생김새로 이런저런 활용도 쉽습니다.

'주사위 로고' 활용례

주사위 로고 명함 예시

그래서…….

어쨌든 달아놓기는 했습니다. 누군가 더 좋은 16x16 아이콘을 주신다면 교체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로고가 마음에 드는군요. 간결하고 깔끔하고...
의미도 어찌나 잘 갖다 붙였... 매우 훌륭합니다.

붙이기 나름이긴 하죠.

근데 명함 같은 곳에는 큰 아이콘이 훨씬 어울린다고 봅니다. 바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이형진 // 감사합니다. ㅎㅎ

광은 // 저 명함 시안에도 작은 그림('주사위')만 있는 게 아니라 큰 그림('도장')도 들어가 있기는 합니다. 근데 너무 은은하게 넣어서 시인성이 떨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말씀하신 대로 주사위 빼고 도장을 넣든 아니면 도장을 더 선명하게 넣을 방법을 찾든 하는 게 좋을지도요. 근데 사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국내용 명함이라는 전제 하에, 명함 뒷면에 도장과 함께 기본소득에 대한 간략한 설명 (기본소득은 자산 심사와 노동 요구 없이... 어쩌고) 정도가 아예 다 들어가버리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게 "모두에게 기본소득을"만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습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홈페이지도 홈페이지만, 명함 시안도 조만간 확정을 하는 게 좋겠네요. 대표님, 운영위원장님을 비롯해 운영위원 등의 분들도 명함이 있으면 좋겠지요.

그리고 명함은 국내용, 국외용으로 두 종을 만들지, 아니면 한 종을 만들되 뒷면은 영문으로 하는 게 좋을지 생각도 해봐야 겠군요. 저는 후자가 좋겠습니다만.

모양이 마음에 드니 모른체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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