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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기본소득의 수혜자와 담세자 |
글쓴이 |
retelf |
등록일 |
14-02-14 08:29 |
'옆집 철수 아빠는 동사무소 공무원인데 10년차라고 한다. 또 그 옆집 순이 아빠는 그런대로 탄탄한 회사 과장인데 역시 10년차라고 한다. 연봉을 4000만원 정도 받는다나 … 직접 봉급표를 보지 못해서 알 수는 없지만 그 집 마누라 상판떼기를 보아하니 나름대로 안정된 살림을 꾸려 나가기는 하는 것 같은데 …'
필자 개인적으로 월급 받고 살아본 적이 한번도 없어서 샐러리맨들의 연봉 같은 것에 대한 감이 약하다. 노가다 판에서 2년 정도 일한 적은 있지만 이 사회의 일반적인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연봉이 얼마이고 그 실수령액이 얼마인지 계산을 잘 못한다. 그래서 대략 위에 예시한 철수와 순이 아빠를 그 예로 들었다. 이 사람들은 기본소득의 수혜자가 되어야 하나 아니면 담세자가 되어야 하나?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기본소득의 주장자들은 철수와 순이 아빠는 기본소득의 수혜자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 적어도 단 한푼이라도 더 받으면 더 받았지 덜 받지는 않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기본소득 운동은 현재 '채택유보'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하여 막상 기본소득 제도가 실시되는 시점에서 지금까지 수혜자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담세자가 되었을 때 철수와 순이 엄마의 상판떼기가 어떻게 변할 지 귀추가 주목이 된다.
기본소득에 관하여 여기저기 게시판에 가장 먼저 올라오는 문의 사항이 바로 기본소득의 지급수준이다. 얼마를 받게 되는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이다. 얼마를 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하여서는 별다른 의식이 없다.
기본소득이론 나아가 그 실천과정에 있어서도 최선순위의 쟁점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 바로 기본소득의 수혜자와 담세자를 가르는 기준이다. 얼마를 주는 것인가라는 지급수준의 문제는 실은 수혜자와 담세자 문제의 절반만을 논하는 반쪽짜리 논쟁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머지 반쪽은 어디에 갔는가?
물론 이 문제를 '기본소득의 재원'이라는 제목으로 다루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제목의 정식 명칭은 '기본소득의 담세자'가 되어야 한다. 즉 누구로부터 '얼마'를 조달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로부터 얼마를 조달할 것인가가 실은 가장 진정한 쟁점이었던 것이다.
이 문제가 현재 채택유보로 진행이 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제도권 정치인들이나 경제학자들이 위장된 통계를 가지고 야바위짓 하는 것 욕할 것이 못된다. 오히려 이런 문제를 쉬쉬하면서 넘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야바위꾼들이다.
지금까지 나 혼자만의 생각을 적었다. 정식으로 논평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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