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현실적으로 실행에 어려움이 많은 유토피아적 기획임을 생각할 때,
지금 기본소득제 논의에서 필요한 것은 먼저 대중에게 문제점과 지향점을 명확히 인식시키는 것이다.
기본소득제, 다시말해 무조건적 보편 복지가 왜 필요한가는
반대로 조건적 선별 복지가 왜 무의미하고 심지어 해로운가를 밝힘으로써 간단하고도 명쾌하게 논증할 수 있다.
지금 이 문제를 주장하려는 논자들은 알아야 한다.
포지티브 방식으로 무조건적 보편 복지의 필요성을 밝히겠다고
기본소득제는 '이젠 상식'이라고 침튀기며 악쓰는 것은 자살행위다.
'세금을 신설해서 그걸로 복지를 하겠다...'
'무상으로 뭔가를 누군가에게 주겠다...'
한국에선 많은 사람들이 이런 류의 이야기에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초등학교 의무급식 문제에서 이미 봤지 않은가?
의무적으로 학교에 나올 수 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점심 한 끼를 주는,
마치 국가가 군인에게 식량을 배급해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너무나 당연한 제도조차도
포퓰리즘이고 세금 낭비이고 빨갱이가 되는 곳이 한국이다.
이런 환경에서, 포지티브 방식의 기본소득제 논의는 절대로 백전백패할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은 네거티브 방식으로
현재 시행중인 조건부 선별 복지라는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몹쓸 물건인지를
조근조근, 충격적이고도 적나라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말이다.
선별적 복지 대상을 걸러내는 조건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하고 황당한 것인지,
얼마나 많은 부자들이 그 조건을 이용해서 눈먼 복지예산을 처묵처묵하고 있는지를,
수많은 관련자들이 이 제도의 틀에 기생하여 혈세를 빨아먹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해야한다.
'한정된 예산을 필요한 사람에게 준다'는 선별복지론은 현실에서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허상임을 밝힘으로써,
가장 효과적인 예산 사용은 오히려 1/n로 모두에게 똑같이 뿌려버리는 것일 수 밖에 없음을 자연스럽게 논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제 논의의 시작은
기존 선별적 복지의 문제점을 밝히는 네거티브 방식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