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2009년에 기본소득네트워크가 생겨나서 활동중이다. 올해
중으로 기본소득공동행동이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어 활동을 넓힐 예정이라는데 도대체 기본소득은 무엇이며 무슨 근거로, 어떻게 줄 수 있을까.
기본소득네트워크 대표인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와 기본소득 운동을 처음 발의한 곽노완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를 만나 들어보았다.
기본소득이 뭔가요? ● 강남훈 "국민에게 1인당 일정한 소득을 지원을 하자는 거예요. 보통 세가지
원칙을 이야기해요. 첫째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무조건 주자. 두번째 개별적으로 주자. 그 동안 복지가 주로 가족단위로 지급했잖아요. 미성년이면
조금 적게 주고 열두살 이하면 부모에게 지급하자는 생각이지만 개인에게 줍니다. 세번째로는 대가 없이 주자. 취업학원에 다녀라, 정부에서 주는
일자리는 무조건 해라, 그런 조건을 다는 게 아니라 무조건 주자는 겁니다. 일부 지역 일부 연령층에서 하고 있지만 무상급식 같은 현물급여도
기본소득으로 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기본소득을 공약한 사람이 박근혜 후보였습니다. 기초
연금이 노인기본소득이지요. 그런데 막상 실행에 들어가려고 하면서 70% 이하만 주겠다고 바꿔버렸어요. 무상
보육 수당도 어린이집에 보내면 30만원, 안 보내면 20만원, 이렇게 불공평하게 주지 않고 모든 아동에게 똑
같이
양육비를 지원한다고 했으면 기본수당이거든요. 아마 기초연금이나 무상보육 수당이 모두 엄청난 문제들이 생겨나서
결국에는 그 연령층 모두에게 똑같이 주는 기본소득으로 갈 거라고 봅니다."
소득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보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는 것이 더 좋단 말인가요? ● 강남훈 "기초연금은 내년 7월부터 실시한다는데 국민연금과 연계해서 차등지급을 한다니까
벌써부터 국민연금제도가 흔들리고 있잖아요. 70%에게 준다고 하는데 그 선별이 얼마나 불공정하겠어요. 국민연금만 없으면 타워팰리스에 살아도,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자식명의면 20만원 줘야 한다는 거죠. 결국 자격이 되느냐 안되느냐 그걸 구분하는데 행정비용이 엄청나게 들어요. 그럴
바에는 다 주는 게 차라리 비용도 덜 먹혀요. 그리고 사람들이 그걸 받으려고 편법을 쓰잖아요. '저 사람 더 잘살고 아들이 돈 많이 버는 거
내가 아는데 저 사람은 20만원이고 나는 왜 10만원이야' 이렇게 되면 역풍으로 몰아칠 겁니다."
● 곽노완 "다 준다고 해도
돈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습니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청와대수석이나 기초연금 수급자 선별을 소득기준으로 할 거냐 연금수령액으로 할
거냐로 갈렸을 뿐 노령인구가 많아서 다 줄 수는 없다는 점은 일치했거든요. 그때 진영씨가 노령인구가 급속히 늘면서 2040년에는 161조원,
2060년에는 380조원이 든다고 발표를 했어요. 2040년 기준이면 월 20만원씩 준다고 했을 때 수혜자가 6,700만명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현재 35세 이상이 하나도 안 죽는다고 해도 노령인구가 2,800만명 밖에 안돼요. 더구나 통계청 인구추정은 2040년에 65세 이상 인구를
1,700만명 정도로 보고 있어요. 제가 계산해보니까 아무리 많이 들어도 2040년에 40조원 정도예요."
수학계산인데 왜
이렇게 다른 건가요? ● 곽노완"안 하기로 정해놓고 핑계를 대기 위해 수치를 만든 게 아닌가 싶어요. 박근혜 대통령이
의지가 있다면 언젠가 갑자기 실시할 수도 있다고 봐요. 그게 만약 총선이나 대선 전이라면 그 영향력은 엄청나겠지요. 전세계적으로 보면 기본소득을
제안한 쪽은 진보사상가들이지만 실제로 실행은 우파 정치인이 했어요."
외국에서 많이 하고 있습니까? ●
강남훈 "1982년부터 미국의 알래스카
주가 현지에 1년 이상 살았으면 외국인을 포함해서 모든 주민에게 기본소득을 주고 있어요. 미국은 기본소득 사상이
가장 활발하고 실행도 가장 앞선 던 곳이에요. 68년에서 72년 사이에 공화당의 닉슨 대통령이 기본소득기본법안을 제출을 해요. 그게 하원에서는
통과가 되고 상원에서는 부결됐거든요. 그 당시 미국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나왔고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제일
열심히 운동을 벌였어요. 첫 번째 워싱턴D.C.로 향한 행진은 흑인들을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차별받지 않게 하라는 것이었는데 그걸 하고 나서
보니까 법적으로 동등해졌다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는 거예요. 흑인들과 백인들이 한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 권리는 됐는데 그 식당에 갈 돈이
흑인에게는 없다. 결국 실질적인 평등이 되려면 기본소득 보장이 되어야 한다고 두 번째 캠페인을 해요. 그러다 암살당하지요. 정치인들이 거기에
영향을 받지요. 그래서 닉슨은 보수당인데도 가장 보수적인 형태의 기본소득 법안을 제출하지만 부결되어 버리면서 시기적으로는 금본위제가 무너지고
석유파동이 나고 세계 장기불황이 되면서 신자유주의로 들어가게 되거든요. 그 당시 민주당 진보파들은 공화당이
하니까 반대를 했어요. 너무 보수적인 법안이다, 액수를 늘리라고 반대를 했다지만 당시 어떤 선택을 해야 했는지는 역사가 일러주지요. 미국
전체로는 실패했지만 알래스카의 제이 해먼드라는 공화당 주지사가 끝까지 관철을 시키지요. 알래스카는 가난한 지역이었잖아요. 석유도 안 날 때인데
연어를 본토에 있는 기업들이 다 잡아가서 본토 사람만 부자가 되는데 저 물고기에다가 세금을 붙이자. 이런 이야기를 젊어서부터 계속 하니까
주위에서 너 정치해라 그래서 시장이 됐고 주지사가 됐어요. 석유가 개발되니까 주 헌법을 고쳐서 석유는 알래스카 모든 주민의 것이다, 그 돈으로
석유가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서 이자만 갈라 갖자 그런 거예요. 그래서 '알래스카영구기금'을 1974년에 만들어요. 그걸로
투자도 해서 원금은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이 정책도 처음 시작할 때는 본토에서 석유를 비싸게 사야 되니까
실행을 막으려고 위헌소송을 합니다. 1심에서는 위헌판결을 받는데 이 분은 좌절하지 않고 계속 주헌법을 고쳐가면서 실시를 했어요. 그래서
82년부터 지금까지 알래스카는 기본소득을 전 주민에게 주고 있어요. 매년 얼마를 지급할지는 주민들이 최근 5년 영구기금 실적으로 결정하는데
1인당 연간 3,000달러 정도라고 해요."
● 곽노완 "노인들을 위한 기본소득은 나미비아와 남아공이 하고 있습니다. 65세
이상이면 무조건 받습니다. 핀란드도 비슷한 형태고요. 이란이 2010년부터인가 가구단위로 기본소득을 줍니다. 몽골도 2009년에 기본소득을 가장
많이 주겠다는 우파 대통령이 당선됐는데 문제는 선심성으로 총선 전에 몰아서 준 달지 한다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브라질은
2005년에 룰라 대통령이 기본소득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언제 실행할지는 대통령이 정하도록 되어 있어서 아직 실행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알래스카에서는 기본소득으로 뭐가 좋아졌습니까? ● 강남훈 "알래스카는 지니계수가 미국에서 가장
낮습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과의 차등이 가장 적다는 뜻인데 지니계수가 낮다는 것은 범죄율과 자살률이 낮다는 것입니다."
●
곽노완 "기본소득을 하기 전만 해도 알래스카는 미국에서
빈곤인구가 가장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가장 적은 곳이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 미국 평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인구가 늘고 있어요. 워낙 넓은 땅에 인구가 65만명 뿐이었는데 알래스카는 인구가 적었기 때문에 하기가 쉬웠던 점이 있어요."
그러면 우리나라도 인구를 늘리고 싶은 군 단위에서 시행해볼만도 하네요. ● 곽노완 "그렇지요."
그런데도 브라질 같은 나라조차도 실행을 안하는 걸 보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까? ● 곽노완 "이게
어느 나라에서나 대중은 좋아하는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반기지 않습니다. 독일에서도 녹색당의 평당원은 80%가 지지를 하는데도 상층부에서
반대해서 정강정책으로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독일은 유럽 전역에 지점을 가진 데엠이라는
편의점 체인의 괴츠 베르너 회장이 2005년부터 방송에 나와서 적극 주장하면서 국민들의 90%는 기본소득이 뭔지
알고 70%는 지지해요. 돈도 있고 할 수 있다. 이게 국민정서인데 정치인들에게서 법안이 통과가 안되요. 왜냐하면 이게 기본적으로 권력지형을
바꾸는 것이거든요. 자본주의가 시장 중심, 사회주의가 국가중심이었다면 이건 대중 중심의 공유(共有) 경제를 상징하거든요. 자본주의가 모든 토지나
자연 같은 공유재를 상품으로 만들어서 달려가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많이 알려졌지만 여기에 반대해서 정부나 국가가 통제하는 것은
공익적인 것으로 과거에는 봤는데요. 사실은 둘다 극단으로 가면 똑 같은 모습이에요. 국가가 최종 처분권을 갖는다는 것은 결국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에게 권한이 있는 거거든요. 그게 처분될 때 누구한테 가느냐. 권력있는 사람한테 특혜를 주거나 자본가나 재산가한테 특혜를 줘서
사유화하거든요. 부자를 더 부자가 되게 하는 수단으로 활용이 돼요. 그래서 국유화와 사유화는 다른 말 같지만 국유화는 특권층과 자본가에게
사유화를 극대화시켜주는 형식에 불과하다고 저는 봅니다. 극단적으로 북한을 보면 국가에 다 귀속된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김씨 일가에 모든 재산이
귀속되어 있는 일가족 자본주의 형태거든요. 자본주의가 극단으로 가면 이와 유사할 거예요. 그러니까 모든 사람이 고르게 나눠 갖는 공유의 개념으로
공유자산을 늘려가고 그걸 기본소득으로 모든 국민이 나눠갖는 방식이 제일 합리적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기본소득이 다 주어진다면 게으른 사람을 양산하게 되지 않을까요? ● 강남훈 "오히려 반대입니다. 지금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지원은 그 사람이 일을 해서 기초생활기금 이상의 돈을 벌면 그만큼은 빼고 줍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을 해서 인간답게 살고 싶어도
일하나 안하나 겨우 먹고 살만한 돈만 주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일을 안해요. 그런데 기본소득으로 돈이 있거나 없거나 똑 같은 돈이 주어진다면,
자기가 노동해서 돈을 더 번다고 해서 그걸 빼앗아 가는 게 아니라면 사람들은 더 기꺼이 일을 하려고 할 겁니다. 물론 국가 전체적으로 노동시간은
줄고 일자리는 더 나눠갖고 세금은 더 내야겠지만 기본소득의 개념이야말로 인간의 자존감과 노동의욕을 함께 높여줄 수 있는 방법입니다. "
● 곽노완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가 서구 기독교의 개념이고 유럽의 사회주의자들이 기본소득을 적극 지지하지 않게 하는
철학이 되고 있는데 실제로 보면 자본주의에서 일하지 않는 자가 놀고 먹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소득이 60%, 자산소득이 40% 정도이고
유럽은 노동소득이 70%, 자산소득이 30% 정도로 되어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지하경제를 포함하면 자본가나 재산가에게 유리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어요. 주식양도차익 토지토지양도차익이나 파생상품, 토지나 건물 임대료 등이 소득으로 잘 안 잡혀서 실제로는 노동소득이 40%도 안된다고 봐요.
그렇게 번 40%도 전세나 월세,
대출금으로 자산가들에게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정말 적어요. 노동소득이 줄고 자산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을 고비로 늘어나던 노동소득 비율이 줄어들기 시작하거든요. 이런 방식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는 뜻이에요.
공유재산을 늘리고 그걸 바탕으로 기본소득을 확보해주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없어요. 전통적인 사회주의에서는 자산소득을 노동소득으로
끌어오면 된다지만 실제로 노동할 수 있는 인구는 절반도 안돼요. 우리나라도 월급쟁이가 1,800만, 자영업자가 600만으로 잡으면 2,400만명
정도잖아요. 노동자들이 과반수가 안 되는데 경제권력을 독점하는 시스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어마어마한 차별을 만들어내지요. 자본가의
독재가 노동자들의 독재로 대체될 뿐 노약자들의 권리가 굉장히 취약해지겠지요."
● 강남훈 "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는 점점 더 빠르게 없어져가고 있어요. 일부만 풀타임 정규직이고 나머지는 그냥 알바
비슷하게 살아가는 시대가 현실이 되고 있어요. 택시기사 같은 직업은 10년내에 사라지고 로봇이
운전할 거라 봅니다. 이미 기차는 로봇이 운전해요. 구글 무인자동차가 실험에 성공했고요. 월마트에 있는 점원들도
대충 다 사라질 거고요. 이런 상황에서 모든 사람을 완전고용에 가깝게 만드는 방법이 있어요. 모든 사람이 노동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일자리를
나누는 거에요. 그리고 기본소득으로 보충을 하는 거지요.기본소득이 노동시간을 나누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어요."
● 곽노완
"역사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공유재가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공중의 전파대역이 있고 지하의 길이 있습니다. 현재는 이걸
분양해서 사유화하는데 국가가 임대를 주는 대신 거기서 나오는 소득을 일부는 국가예산으로 쓰고 일부는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하는 거지요. 최근에 지하 40미터 이하는 사유화할 수 없다는 법이 생겼어요. 지금은 지상의 토지를 수용하느라 비용도 많이 들고 그게
개인재산을 불려주는 데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지하도로를 놓는 것이 지상에 도로를 놓는 것보다
공사비가 덜 먹히거든요. 이 법을 토대로 지하에 도로 철도 철도역사를 만들어 그걸 공유자원으로 삼는다면
기본소득의 재원은 더 많아질 겁니다."
● 강남훈 "앞으로 기초연금으로 노인기본소득이, 무상보육으로 아동기본소득이 정리가 될
것이라고 봐요. 결국 청장년 학생들을 어떻게 할 거냐. 이 문제에서 전통적인 진보를 하시는 분들은 일자리를 주려고 해요. 비정규직 철폐,
완전고용 이런 거요. 그런데 한 50년 해서 안되는 것은 안되는 거잖아요. 2008년부터 대공항이 생겼을 때 민주노총의 구호가
총고용보장이잖아요. 불황이 되어도
해고하지 마라. 그런 방식으로는 우리 사회문제 해결이 안돼요. 실업자들은, 취업 안되는 청년들은 어떻게 하느냐.
완전고용이 도무지 안 된다면 완전고용할 때까지 기본소득 주는 게 답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