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 오후 6시 30분, 현자노조노동대학원에서 ‘기본소득과 노동자운동’을 주제로 120주년 세계노동절 맞이 기획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기본소득울산네트워크(준)에서 주최한 것으로 금민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이 주제 발표를 하고, 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인 하부영 울산혁신네트워크 대표와 최윤영 전국공무원노조 울산지역본부 정책국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사회자는 기본소득울산네트워크(준) 운영위원인 이향희 사회당 울산시당위원장이 맡아 진행했다.
금민 운영위원은 주제 발표에서 기본소득의 개념, 재원, 경로 및 대안사회와의 관계, 형태 등을 먼저 설명하고, 노동자운동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으로서의 기본소득을 제시했다. 투기불로소득 중과세 등으로 착취 강화와 광범위한 수탈인 신자유주의 종식, 국가재정혁명을 통한 기본소득의 도입, 자산가치 하락을 통한 아래로부터의 사회화, 대안사회로 나가는 경로로서의 기본소득이 갖는 의미를 강조하며, “기본소득은 현금과 현물 모두를 포함한 개념이며, 동등한 자격의 공통성에 기반한 보편적 기본소득은 사회주의에서도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시간 주권확보, 노동사회 재편과 고용의 재분배, 보편적 노동자 계급형성전략, 최저임금제의 존속과 강화 등 노동자운동의 핵심 의제와 기본소득의 연관관계를 분석하며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금민 운영위원은 “노동시간 단축은 급진적으로 일어나야 의미가 있고, 사회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의제의 확산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주장했다.
하부영 대표는 진보세력의 전략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강제적 노동시간 상한제 실시, 정리해고 반대와 비정규직 중간착취 금지법 등을 통해 소득보장보다는 고용보장의 형태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가의 고용보장 항목을 포함하는 한국 헌법의 내용을 소개하며, “완전고용 보장과 안정적인 노동소득, 무상 사회복지의 실현을 위한 방향으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천민자본주의 고용대란 시대의 당면강령이자 전술구호로 ‘전국민고용보험제’ 실시를 내걸고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부영 대표는 국가권력의 폭력에 대한 제어와 해체 등을 언급하며,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좋으나 당장의 정치적 역관계와 재원 등을 고려하면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너무 높은 목표이고, 기본소득 실시로 국가권력이 강화된다면 부정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노동자운동 위기의 진단에 대해서는 100% 동의한다며,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에 적극 공감하고 기본소득은 단계적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최윤영 정책국장은 “기본소득의 제안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복지제도 제출인지, 현실에서 보다 진보적인 정강 정책의 제출인지, 대안사회로 가는 변혁운동 경로로서의 제출인지 아직도 헷갈려 방점을 어디에 두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본소득 네트워크 내 여러 논자들의 주장을 살펴보면서 기본소득의 접근법이 변증법적이지 못하고 평면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어떤 기본소득 주장을 보면 대단히 비변증법적인 논리로 노동유인과의 관계 분석이 이루어져 있고, 임금착취는 적고 수탈은 광범위하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는데 이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최윤영 정책국장은 “기본소득 도입은 국가권력을 잡지 못하면 불가능한데, 빠져있는 국가권력 획득과 변혁운동 경로로서의 정치노선과 조직노선을 보완해 함께 밝혀야 한다”라며, “기본소득이 신자유주의 극복의 유일한 만병통치약으로 오해될 소지가 없도록 주의하고, 신자유주의 노동시장 분할에 맞서 저항을 조직하지 않고는 전선을 돌파하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와 토론자 발제, 청중 질의로 이어진 토론에서 금민 운영위원은 기본소득과 국가권력의 문제에 있어서 “전통적인 사회(민주)주의 국가와 다르며 수탈자에게 강한 국가이자 생산자 대중에게 수평적 국가로 기능할 것이고, 아래로부터의 당사자 자주관리에 입각한 협동적 경제 질서의 출현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기본소득이 도입되어도 노동사회는 엄연히 존재할 것이고, 활동사회로의 이행을 위해 기본소득을 노동사회 재편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중요하며, 노동시간 단축 정치는 기본소득 없이는 급진적일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기본소득 네트워크는 단일하지 않으며 여러 논자들의 다양한 입장이 있을 뿐이고, 기본소득의 단계적 도입에 반대하지 않지만 약자에 대한 시혜적 정책은 기본소득과 거리가 멀고 오직 동등성과 보편성만이 기본소득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토론을 정리하며 하부영 대표는 “기본소득과 관련한 오해와 편견을 많이 깨는 계기였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고 좋은 시간이었다”라며, 국가권력의 문제에 있어서는 “산별노조와 노동자정당의 건설을 통한 국가권력 장악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윤영 정책국장은 “금민 동지의 주장은 기본소득이라는 외부적인 제기를 통해 사회적 힘을 갖고 노동사회 의제를 강제하자는 것으로 이해한다”라며, “매우 의미 있고 신선하다고 생각하고, 이 사회적 힘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를 보완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금민 운영위원은 “과거에 보면 대중이 들고일어나고, 이 혁명의 등을 타고서 전위가 집권했는데 이제 그런 일은 없다”라며 “권력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대중에게 현실에서 구체적이면서도 대안사회 작동 원리와 구성까지 포함한 대안을 계속해서 떠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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