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5-22 20:53
[사회] 「한국의 국가재정과 복지국가 재정전략」(오건호)에 대한 논평
 글쓴이 : 사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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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재정과복지국가전략논평문_금민_.hwp (28.5K) [16] DATE : 2014-05-22 20:53:15
금민|조회 109|추천 0|2009.09.23. 15:07http://cafe.daum.net/basicincome/3ol8/160 

지난 9월 21일 월요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서 주최하는 월례정책세미나에서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의 발표문 <한국의 국가재정과 복지국가 재정전략>에 대해 논평했습니다. 논평문을 올립니다.

첨부파일 국가재정과복지국가전략논평문(금민).hwp

 

 

「한국의 국가재정과 복지국가 재정전략」(오건호)에 대한 논평

 

금민(사회대안포럼 운영위원장)

 

사회공공연구소의 보고서 ⟦진보의 눈으로 국가재정 들여다보기⟧는 부자감세, 복지재정축소, 4대강 사업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재정정책을 분석 비판하며 진보의 눈으로 국가 재정에 개입할 것을 촉구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토론회에서 오건호 연구실장의 발표문은 주로 위 보고서에 기초한다. 보고서에 대한 상세한 요약 이외에 오건호 실장의 발표문은 진보운동의 의제로서 사회임금과 기본소득의 생산적 토론을 제안한다. 본 논평문은 이 부분에 대하여 마지막 V에 의견을 달 것이며, 우선 I에서는 사회공공연구소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하고 II에서는 보고서가 다루지 않은 '틀 밖의 문제'를 간단히 언급하고 III-IV에서는 보고서에서 다루어진 부분들에 대해 논평한다. 별도로 첨부된 VI에서는 오건호 실장의 발표문에서 '복지 체험'의 가능한 형태로서 제시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문제에 대해 언급할 것이다.

 

I. 보고서의 주요 내용

 

- 보고서는 재정건전성 문제가 생긴 원인은 과다 지출이 아니라 과소 세입이 문제라고 보며 2009년 GDP의 33.8%로 OECD 평균인 44.8%에 비해 11% 포인트 부족한 재정 규모는 전체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본다.

 

- 세입 개혁과 관련하여 보고서는 2006년 기준 GDP 17.1%로 OECD 평균 24.4%에 비해 7.3% 낮은 총직접세 비중을 강화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방식은 사회복지세의 도입과 사회보험료 재원 확대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건강보험요율의 인상을 통해 보장성을 강화하는 의료개혁을 주장한다.

 

- 지출의 개혁과 관련하여 보고서는 GDP의 7.5%로 OECD 평균 21.2%에 비해 무려 13.7% 낮은 복지 지출을 복지확충특별회계를 통해 대폭 확대하자고 제안한다. 이 밖에도 보고서는 2010년부터 실행될 예정인 성인지예산제도가 관료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적극 개입해야 하며 나아가 장애, 이주민 등으로 적용을 확대하는 ‘사회적약자 인지예산’으로 발전시킬 것을 주문한다. 그 외 재정 지출을 통제하는 제도적 개혁방안으로서 보고서는 ⟨국가재정법⟩시행령 상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강화하고 그 방향도 재무적 가치만이 아니라 환경, 인권, 고용, 지역사회 등 사회공공적 가치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국가재정법⟩시행령 제13조 12항 상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요건에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서 기획재정부장관이 정하는 사업"을 포함시켜 면제 요건을 대폭 완화했고 예비타당성 조사 자체를 무력화시킨 사실을 염두에 두면 매우 적절한 지적일 것이다.

 

- 보고서는 국가 재정의 제도적인 측면에 대한 개혁안도 담고 있다. 국회가 예산 심의에서 분야별 전략적 재정배분을 다룰 수 있도록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을 강화해야 하며 정부의 재정전략을 사전에 논의하는 ‘사전예산제’를 도입해야 하며 재정관리의 민주화를 위하여 국회에 제출된 일부 예산안을 예비심사하는 '시민참여예산제'를 활성화하자는 제안이 그것이다.

 

- 보론으로 보고서는 진보운동의 대안재정전략을 다루고 있다. 정부의 재정전략회의를 주시하고 재정규모, 총직접세율, 복지지출 등의 진보적 가치를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한 축이고, 다른 한 축은 진보적 대안재정전략을 집약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의제로서 '사회임금'이다. '사회임금'은 총 가구운영비 중에서 국가나 공공부문으로부터 제공된 몫인데 OECD 평균은 31.9%인 반면에 한국은 2000년대 중반을 기준으로 7.9%로 1/4 수준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복지지출이 국가를 주체로 ‘재정 활동’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사회임금은 서민을 주체로 현실 생활에서 ‘재정 효과’를 실감하게 만들어 주는 범주인 만큼 진보운동이 운동 주체를 호명하고 복지 동맹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단지 지출 확대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사회임금을 의제화해야 하며 그 비중을 높일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본다.

 

보고서를 요약하면, 아래 표1에서 한국의 지표를 OECD 수준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표1> 한국과 OECD 국가재정 주요 수치 비교(단위: GDP %)

A국가재정

(2009)

Aa국민부담율

(2006)

Ab조세부담율

(2006)

B총직접세율

(2006)

C복지지출

(2006)

D사회임금

(2000중반)

OECD

44.8

35.9

26.8

24.4

21.2

31.9

한국

33.8

26.8

21.1

17.1

7.5

7.9

차이

11.0

9.1

5.7

7.3

13.7

24.0

 

즉, 보고서의 주장은 표1 상의 A를 확대해야 하며 이는 B를 통해 이루어지며, 그 결과 C가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C는 i) 복지 수혜층을 분명히 하는, ii) 진보운동의 계급적 의제로서 D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II. 진보적 사회경제대안은 재정전략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발표문은 부자감세 정부가 등장하고 그나마 쥐꼬리만큼 있던 복지 지출마저 축소되는 시대적 배경 하에서 매우 적절하게 진보운동이 재정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재정을 통한 계급정치'를 대항적인 계급정치로 맞서기 위해서는 국가재정 문제를 우회할 수 없다. 그러나 재정을 통한 계급정치만이 MB식 계급정치의 전부가 아니며, 그 핵심은 탈규제 정책과 금융 정책 전반에 걸친 것이다.

 

발표문은 1980년대 이후 30년간 '시장만능주의'에도 불구하고 OECD 회원국들의 국가 재정 규모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일로부터 재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타당한 지적이고, 현실적으로도 국제경쟁을 빌미로 복지문제에 대한 논란 자체를 비현실적인 것으로 치부해 왔던 보수 논리에 대한 반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재정 배분의 문제를 떠나서 재정 규모 그 자체만을 강조하는 것은 진보적이지도 않고 구체적으로 계급적이지 않다. 그래서 중요한 점은 재정 규모와 같은 양적 지표가 아니라 일단 복지 지출의 규모, 곧 질적 지표일 것이다. 이는 유럽 국가들에게서도 급격하게 축소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신자유주의 시대를 통해 점차 축소되어 왔다. 작년 이후 경제위기로 인한 재정확대도 신자유주의적 수탈경제의 또 다른 방식으로의 재생산일 수 있다. 부실화된 금융회사를 살리기 위한 공적 자금 투입과 국채 발행 등은 수탈경제의 전형적인 전개 방식에 불과하다.

 

복지 지출의 규모는 계급정치의 구체적인 문제이다. 적어도 북유럽이나 프랑스, 독일 등에서 그 규모가 '신자유주의는 복지삭감'이라는 막연한 추측보다는 적게 축소되어 왔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사태를 좀 더 근본적으로 고찰하자면, 이보다 더 중요한 사항은 소위 '신자유주의'가 '복지 삭감'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복지체계의 형해화를 통해 "보편적 소유권(국민연금, 복지 혹은 건강 및 의료에 대한 권리 등)이 사적인 소유권으로 이전"(Harvey)되는 양상은 신자유주의적 수탈경제의 (특수한) 한 양상에 불과하다. 보다 근본적인 양상은 금융주도적 축적이며 산 노동을 매개하지 않는 축적, 곧 금융적 수탈이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기존의 복지체계를 변형 유지하면서도 신자유주의적 전환을 달성할 수 있음을 90년대의 유럽 국가들이 보여 주었다. 금융 규제 정책 없이도 신자유주의적 복지국가는 가능하지만 금융 규제 정책이 없다면 신자유주의의 극복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진보적 사회경제대안에서 재정전략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모든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의 극복을 위한 규제 정책과 금융 정책이 제출되어야 하며, 재정 정책 역시 이 두 측면과 긴밀히 관계해야 한다. 또한 재정 정책도 규제 정책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예컨대 해당 부분에 중과세하는 것은 진입 규제를 어느 정도 대체하면서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세목을 특정하여 토지와 금융 투기소득에 중과세하는 방식의 세입 개혁과 세목과 상관없이 총직접세의 전체적인 비중을 높이는 방식의 세입 개혁을 비교해 보자. 전자의 경우, 재정 정책은 규제 정책 및 금융 정책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지만, 후자의 경우에 세입 개혁 방안은 규제 정책과 무관한 독립적 틀, 세목과 무관한 전체적인 방향으로서만 제시될 뿐이다.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의 예처럼 규제 철폐와 금융공공성의 파괴는 이명박 정부의 중요 국정 의제이고, 이 점에서 본다면 그 악명 무성한 미디어악법의 본질도 진입규제의 철폐일 것이다. 언론다양성의 파괴는 자본에 대한 진입규제 철폐의 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MB시대 진보적 사회경제대안은 진보적인 규제, 금융, 재정 정책의 긴밀한 연관 속에서 등장해야 하고, 나아가서 이에 기초하여 산업정책적 청사진과 동북아 경제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포괄적인 과제를 짊어져야 한다.

 

III. 세입 개혁안에 대한 논평

 

총직접세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하지만 세목의 문제와 세율의 문제도 구체적으로 고려된 조세개혁안이 나왔으면 한다. 금융시장자본주의를 통제하기 위해 부동산과 금융투기소득에 대한 중과세나 세율이 높은 환경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개인소득세를 일률적으로 인상하는 방식보다 사회적 지지를 얻기 쉽다.

 

세율의 문제에 있어서도 구간 설정의 문제와 누진율의 문제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법인세의 GDP 대비 비중은 미국 3.3%인 반면에 한국은 3.8%이다. 한국이 더 높다. 보고서와 발표문은 총직접세 비중 강화를 위해 소득세 인상을 중심에 두며 법인세는 비켜간다. 그런데 법인세와 관련된 이면을 살펴보자면, 미국의 세율이 35%인 반면에 한국은 2009년 기준으로 2억원 이하의 과표 구간에서 11%, 2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22%이다. 2010년부터는 각각 10%와 20%로 인하된다. 법인세에 대해서도 예컨대 5억원 이하, 5-20억원, 20억원 이상, 100억원 이상으로 과표 구간을 재설정할 수 있고, 10%, 15%, 25%, 30%의 세율을 책정할 수 있다. 이러한 개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이 심한 한국 경제에서 중소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면서 세수를 확대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IV. 재정 제도의 개혁안에 대한 논평

 

발표문의 '재정관리의 민주화'의 관점에서 국회의 심의권을 보장해 주는 '사전예산제'와 '시민참여예산제'를 제안한다. 문제는 발표문이 기초하고 있는 보고서를 보더라도 이 두 제안은 구체적인 실현형태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좀 더 발본적인 관점에서 '국가재정의 민주화'를 위한 제도 개혁안이 제출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즉, 헌법 제54조처럼 예산편성권은 정부에 부여하고 국회에는 예산의 심의확정의 권한만이 부여하는 제도 대신에 예산안을 정부와 국회가 모두 법률안을 제출하듯이 일반법률안과 동일하게 간주하는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한다면 국회 권한은 대폭 강화될 것이다. 현행 헌법 제57조에 따라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는)" 국회의 권한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헌법상의 '예산비법률주의'는 한국과 일본만의 제도이며 '구일본적인 흠정헌법'의 유제라는 점에서 '예산법률주의'로의 전환이 더욱 더 요구된다. 미국의 경우 예산편성권은 원래 국회에 속한 권한이지만 국회로부터 행정부에 위임된 권한으로 이해된다. 설령 이처럼 예산편성권을 정부에게 행사하도록 하더라도 예산안이 일반법률안으로 간주되면 예산안은 국회에 속한 입법권의 행사이기 때문에 심의권은 대폭 강화될 것이다. 물론 '예산법률주의'를 완전히 실현할 경우에는 예산안도 일반 입법과 마찬가지로 국회나 행정부가 발의할 수 있게 되고, 예산에 대한 국회의 사전심의는 자연스러운 것이 될 것이다.

 

발표문은 진보운동이 정부의 '재정전략회의'에 대해 개입해야 하며 연말에 예산국회에 대해 개입하는 것은 현재의 예산제도 상 아무런 실효가 없음을 지적한다. 발표문의 지적처럼 '예산비법률주의' 하에서의 총액예산제, 전략적 재정계획 제도 등은 철저히 행정부 주도의 예산제도가 되며 국회와 국민의 예산주권을 축소한다. 이에 대한 제도적 대안으로 '예산법률주의'로의 전환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헌법국가의 정상화의 관점에서도 논의가 필요하며, '사전예산제'를 실현할 수단일 뿐만 아니라, 국회의 시민청문 절차 등을 두면 '시민참여예산제'의 기초로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논의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V. 사회임금과 기본소득

 

발표문은 진보운동이 복지국가를 미래사회 목표로 설정하고 총직접세의 강화를 통해 복지 지출을 증대하는 대안재정전략을 마련하고 정부의 재정전략회의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사회임금'은 진보적 대안재정전략이 서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이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사회임금'과 관련된 부분에서 발표문은 '사회임금'을 "최근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과 비교한다.

 

- 발표문은 일단 "기본소득도 복지국가전략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주요한 개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사회임금이 사회적 급여를 총괄한 통계적 범주이고 기본소득은 자체가 하나의 제도"이기에 "기본소득은 자신의 목표를 수량적으로 재구성해야 하는 사회임금에 비해 보다 가시적으로 대중들의 복지 요구를 담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발표문은 기본소득이 복지행정비용의 절감 효과가 있음도 인정한다.

 

- 발표문은 양자의 차이점을 "사회임금이 대상별 필요복지라면 기본소득은 무차별복지"라는 점에서 찾는다. "사회임금은 실업, 보육, 주거, 연금 등 계층별/집단별 필요에 따라 복지를 제공하지만(‘능력에 따라 거두고 필요한 만큼 제공한다’) 기본소득은 대상의 특성과 독립해 모든 사람에게 정액의 생계비를 지원한다(‘능력에 따라 거두고 동일액을 제공한다’)."

 

- 사회임금의 장점으로서 발표문은 "필요집단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사회임금이 기본소득에 비해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며 필요 재원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든다. 아울러 "사회복지 인프라가 시장화되어 있는 한국에서 현금복지 중심의 기본소득이 애초 취지를 이룰 수 있는지"도 의심거리가 된다.

 

물론 오건호 소장의 지적처럼 "사회임금과 기본소득의 문제의식이 생산적으로 결합되어 토론"되는 "후속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이 논평에서는 단지 발표문에 언급된 기본소득의 '약점'에 대해 반론을 제시하며 기본소득의 복지전략적 유의미성에 관해서 몇 마디만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사회임금'이 기본소득에 비해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다는 주장은 어떤 기본소득인가의 문제를 떠나서는 논의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이다. 기본소득의 재원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에 따라서 기본소득은 대상별 필요복지보다 더 강한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지출 대상이 무차별적으로 사회구성원 모두이기 때문에 소득재분배 효과가 적다는 이야기는 타당하지 않다. 그것은 기본소득을 위한 세입이 어디에서 이루어지는가의 문제에 주로 관계한다. 지대, 이자, 배당에 대한 35% 이상의 높은 과세는 금융시장자본주의를 적절히 통제하며 경기과열을 막고 소득재분배에 기여한다. 모두에게 지급하면 소득재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받는 것보다 더 많이 내는 사람이 있고, 내는 것보다 더 많이 받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와 같은 재분배효과는 재원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커질수도 잇고 적어질 수도 있다.

 

둘째, 기본소득을 "사회복지 인프라가 시장화되어 있는 한국" 상황에서 특수한 복지전략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기본소득 논의는 현금복지만을 염두에 두는 생각이고, 복지의 시장화와 결합된다는 비난도 정당하지 않다. 정반대로, 한국에서의 기본소득 논의는 의료, 주거, 보육, 교육, 노후 영역에서의 현물 및 서비스 형태의 기본복지와 함께 가며, 그렇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기본소득은 시장주의적 복지이며 사회임금은 시장주의적 복지가 아니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사회임금 비중 강화도 구체적인 방식에서는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으며 사회적 일자리나 바우처 제도의 변형을 통해 충분히 시장주의 복지와 양립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셋째, 재원의 문제와 관련해서 사회임금에 재원이 적게 드는가, 기본소득에 재원이 적게 드는가는 평행 비교하여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어떤 수준의 사회임금이며 충분한 기본소득인가 아닌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기본소득이냐 사회임금인가의 문제에서 양자의 근본적 차이는 보편주의냐 아니냐에 있다. 기본소득은 보편적 자격에 입각한 현금 급여이다. 반면에 사회임금은 실업급여처럼 특수한 자격에 입각한 선별주의적 현금 급여와 현물 서비스 형태의 기본복지의 합계를 뜻한다. 진보적인 기본소득 논의 역시 현물 서비스 형태의 기본복지의 확대를 주장하지 그 철폐나 축소를 주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양자의 차이는 현금 급여 중심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현금 급여에서 보편주의냐 선별주의냐에 놓여 있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로서 기본소득 논의는 왜 하필 '임금'이냐고 되물을 수 있다. 양자의 사회철학적 차이는 오히려 그 이름에 있지 않을까? '사회임금', 어쨌든 '임금'이다. 경제적 발전을 통해 일자리가 구조적으로 부족하게 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일반상황에서, 또한 그러한 과정을 가속화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에서 진보적 사회경제대안은 '임금' 범주에 묶여서는 안 된다. '사회임금'도 경제학적으로는 '임금'이 아닌 부분에 대한 명명이라면, 아예 '임금'이라는 명명을 벗어나지 못할 이유는 또 무엇인가? 임금노동의 축소과정을 오히려 해방적 전략의 현실적 기초로 삼을 수 있고, 기본소득은 그 대답일 수 있다. 물론 '사회임금'도 '시장임금'의 축소가 구조화된 상황에 대한 반응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사회임금'도 '임금' 범주를 중심으로 구성된 개념이라는 점을 탈피하지는 못한다. 예컨대 실업 급여는 '시장임금'을 받을 수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에 받는 '사회임금'이다. 즉 이와 같은 명명에서는 '시장임금'이 중심 범주이고, '사회임금'은 '실업'과 같은 특수한 자격에 입각하여 선별적 보완적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가정이 전제되어 있지 않나?

 

기본소득은 노동 여부와 무관하게 국민 또는 사회구성원이라는 자격에 입각하여 지급되는 보편적 권리이다. 사회임금도 현금급여를 부인하는 개념이 아니기에 사각지대의 문제와 복지행정비용의 문제에서 오히려 기본소득의 장점이 드러난다. '기본소득'이 생기면 통계적인 범주인 '사회임금'도 늘어난다. 반면에 '사회임금'의 증대를 주장하면서 '기본소득'에 대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기본소득'과 같은 새로운 사고가 아니라 전통적인 복지국가 방식으로 '사회임금'을 증대시키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곧 신자유주의 이전의 전통적인 복지국가로의 '복귀'냐, 아니면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는 '새로운 사고'인가가 논쟁의 핵심인 것이다.

 

VI. 별첨: 건강보험 재정 확대를 통한 보장성 강화에 대한 논평

 

발표문은 노동자 건강보험료 추가부담의 연대 효과에 착안하여 보험율 인상을 통해 보장성의 강화를 주장한다. 이 부분은 기본소득이냐 사회임금이냐를 떠나 공감 가는 내용이다. 오건호 실장의 말처럼 "무상의료는 공짜의료가 아니라 진료 후 지불하는 본인부담금의 제로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반드시 필요한 점은 발표문도 언급하듯이 취약계층의 추가부담을 완화하는 "보험료 감면제"일 것인데 이는 부분적으로 조세형 의료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국민건강보험도 사각지대를 가지고 있다. 부분적 조세형으로의 전환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꼭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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