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8-13 16:05
[언론기사및보도자료] [경향신문] “19세기 노예제 폐지, 20세기 보통선거권, 21세기는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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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사람|조회 53|추천 0|2010.02.10. 12:42http://cafe.daum.net/basicincome/4tDd/70 

“19세기 노예제 폐지, 20세기 보통선거권, 21세기는 기본소득”

경향닷컴 손봉석 기자 paulsohn@khan.co.kr

 

 

국내외 학자, 시민운동가와 진보진영 정치인들이 모여 ‘기본소득 서울 선언’(Basic Income Seoul Declaration)을 발표했다.

서울 서강대 다산홀에서 27일 개막된 기본소득 국제학술대회(Seoul Basic Income International Conference 2010, 이하 대회)에 참가자들은 학술 토론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19세기 노예제 폐지, 20세기 보통선거권 쟁취에 버금가는 21세기 세계사적 과제로 기본소득 쟁취를 현재의 자본주의와 현존했던 사회주의 모두를 뛰어넘는 대안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로 사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본소득을 ‘어떠한 심사나 노동 요구도 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조건 없는 소득’으로 규정했다.

또 기본소득을 통해 ▲기존의 선별적이고 잔여적 복지 패러다임을 넘어 보편적 복지 패러다임 완성 ▲완전고용이라는 가상과 자본주의적 임금노동 전일화로부터 탈피한 노동사회를 안팎으로부터 재구성할 촉매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언 참가자들은 “기본소득이 그 자체로 현대 사회의 문제 모두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을지라도,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될 수는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기본소득(Basic Income)’은 자산 심사나 노동 요구 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조건 없는 소득을 의미한다. 조건 없이 지급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사회보장과 다르며 가구 단위가 아니라 개인 단위로 지급되고 노동 요구나 노동 의사와 무관하게, 자산이나 다른 소득의 심사 없이 보장되는 ‘기본적인 소득’이다.

특히 구조적 빈곤과 실업의 장기화, 고용 없는 성장 추세가 나타난 21세기의 사회에 복지와 노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사회경제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곽노안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는 “오늘을 기점으로 해서 기본소득은 노동자 운동 뿐 아니라 장애인,여성, 청소년, 고령자, 빈민운동은 물론 중소상인을 위한 강력한 진보의 축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곽 교수는 또 기본소득의 현실성에 대해 “2009년 가처분 GDP 1000조 중 30% 정도를 차지하는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만으로도 재원조달은 가능할 것”이라며 “기초생활보장 처럼 선별적으로 인구 3%만 혜택을 받는 제도보다 90%가 혜텍을 누리는 기본소득이 더 큰 지지와 힘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알래스카주가 석유채굴 사업이익금을 바탕으로 기본소득 보장제도와 유사한 ‘알래스카영구기금’(APF)을 조성해 1982년 부터 적어도 1년 이상 주내에 공식적으로 거주한 모든 사람에게 매년 일정한 배당을 주민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2002년까지 통계에 따르면 10년간 미국 부유한 가구 20%의 평균 소득이 26% 증가한 반면, 가난한 가구 20%의 평균 소득은 12% 증가에 그쳤으나 알래스카는 같은 기간 동안 부유한 가구 20%의 평균 소득이 7% 증가에 그친 반면, 가난한 가구 20%의 평균 소득은 28%나 증가했다. 

한편, 기본소득제도는 지급 수준을 국가나 문화적 차이에 따라 어떻게 정할 것이냐는 문제와 함께 재원을 마련 방법과 여타 공공부조의 재편방식에 대한 문제가 논쟁이 되고 있다. 진보진영 내에서도 ‘강력한 경제적 권리를 보장 받으면서도 아무 의무도 부과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선언문은 최광은(사회당 대표)이 초안을 작성했으며 곽노완(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 금민(사회대안포럼 운영위원장), 양의모(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 객원연구원), 이수봉(민주노총 대변인), 장석준(진보신당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 전원배(민주노동자연대), 조정환(다중지성의정원) 등이 작업했다.

이날 선언문에는 기본소득 이론의 기초를 닦은 벨기에 루뱅 가톨릭대학 필립 판 빠레이스 교수, 브라질 시민기본소득법 제정의 주역이며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공동 명예의장인 상파울루주 노동자당 상원 의원 에두아르도 수플리시, 독일 좌파당(Die Linke) 기본소득 연방연구회 연구위원인 로날드 블라슈케, 오는 3월 출범하는 기본소득일본네트워크 코디네이터이자 교토 도시샤대 야마모리 도루 교수 등도 참여했다.

 


-‘기본소득 서울 선언 Basic Income Seoul Declaration’ 전문-

21세기인 오늘날도 전쟁과 학살이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피로 얼룩지는 직접적인 폭력만이 폭력은 아니다. 지금은 물론 지난 수십 년간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전 세계를 휩쓸었고, 이로 말미암아 대중에 대한 착취와 수탈은 더욱 강화되고 교묘해졌다. 이는 대중의 삶을 위협하는 또 다른 형태의 구조적 폭력이다. 이러한 폭력에 맞서 대중은 자신의 삶을 지키고자 힘껏 맞서 싸워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힘에 부친다.

대중의 삶의 위기는 가중되는데, 자본과 권력은 대중에게 점점 더 많은 것을 양보하라 한다. 대중은 저항을 계속하고 있지만, 절망의 터널은 그 끝을 드러내지 않는다. 누구도 희망의 끈을 놓으려 하지 않지만, 그 희망을 현실화할 수단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빈곤과 실업의 덫에 허우적거리고, 열악한 임금노동에 혹사당하는 수많은 대중의 머릿속은 불안, 비관, 냉소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할 대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위기의 폭이 넓고 깊은 만큼 우리에게 필요한 대안은 더욱 근본적이고, 간결하면서도 강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안은 공허한 이상이 아니라 현실에 기초한 구체적인 요구, 대중의 삶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요구여야 할 것이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매개로 힘을 모으려는 시도 앞에서 머뭇거리는 사람들도 많다. 이 또한 현재의 위기를 지속시키는 요인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여기에 이러한 주저함을 내던지고 대안을 향해 성큼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와 우리 시대를 둘러싼 낡은 족쇄를 끊어내고 인류가 쟁취해야 할 세계사적 과업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19세기 노예제 폐지, 20세기 보통선거권 쟁취에 버금가는 21세기 세계사적 과제로 기본소득 쟁취를 들고 나온 사람들이 있다. 기본소득을, 세계적 금융 위기를 통해 충분히 그 마각을 드러낸 신자유주의 시대를 철저히 종식할 뿐만 아니라 현재의 자본주의와 현존했던 사회주의 모두를 뛰어넘는 대안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로 사고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본소득은 어떠한 심사나 노동 요구도 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조건 없는 소득이다. 기본소득은 기존의 선별적이고 잔여적인 복지 패러다임을 넘어 보편적 복지 패러다임을 완성하는 지렛대이며, 완전고용이라는 가상과 자본주의적 임금노동의 전일화로부터 탈피하여 노동사회를 안팎으로부터 재구성할 촉매제이다. 기본소득은 단순히 현금소득으로 다른 모든 것을 대체하려는 시도도, 분배의 개선만으로 다른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시도도 아니다. 기본소득의 보편적 성격은 그것에 기존의 소득들과는 다른 새로운 힘을 부여하며, 새로운 가능성의 영역들을 만들어낸다.

기본소득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공감하는 우리는 그 가능성과 현실성 또한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천해왔으며, 지역 공동체에서부터 국가 단위, 지구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기본소득의 실현을 모색하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제도화 노력까지 기울여왔다. 그 소중한 결실 가운데 하나가 지난 2004년 국가 단위로는 세계 최초로 브라질에서 시민기본소득법이 제정된 것이다. 기본소득이 세계 각국에서 제도화되기까지는 여전히 수많은 과제와 도전이 기다리고 있지만, 소득이 없거나 형편없는 소득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수많은 대중이 존재하는 현실은 기본소득을 사회적 의제로 강력히 밀어올리고 있다.

이러한 지구적 차원의 흐름에 발맞춰 한국에서도 비로소 기본소득이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기본소득 국제학술대회는 기본소득 의제의 확산을 위한 커다란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 대회를 빛내주기 위해 현대적인 기본소득 논의를 주도해왔으며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국제위원회 의장인 필립 판 빠레이스, 브라질 시민기본소득법 제정의 주역이며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명예 공동의장인 에두아르도 수플리시 등의 국외 인사들이 방한했으며, 한국의 기본소득네트워크 및 기본소득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최소한 그 취지에 공감하는 수많은 사람이 이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이바지했다.

이 대회를 이끈 기본소득 서울 선언 참가자들은 다양하다. 기본소득 지지자들도 다양한 지지 배경을 갖고 있다. 기본소득 그 자체를 목표로 삼는 사람도, 하나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기본소득인가 아닌가를 넘어 어떠한 기본소득인가를 놓고도 많은 쟁점이 있다. 기본소득은 시대의 거대한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이와 연관된 많은 난제도 뒤따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본소득이 그 자체로 현대 사회의 문제 모두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을지라도,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될 수는 있다는 점이다.

이 시대는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선언을 넘어 어떤 세상이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그 세상을 실현할 수 있는지를 답하라고 요청한다. 기본소득 서울 선언 참가자들이 힘주어 말할 수 있는 것은 기본소득이 이러한 답의 주요 구성물이라는 것이다. 기본소득이 대안사회를 향한 가능성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성과 접목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본소득 서울 선언 참가자들은 이 대회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기본소득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하며, 또한 이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할 것이다.

2010년 1월 27일
기본소득 서울 선언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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