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완|조회 121|추천 0|2009.02.18. 13:09
<<진보평론>> 2008.봄에 게재한 글 탑재합니다.
빠레이스(Parijs)는 ‘기본소득(basic income, Grundeinkommen)’ 논의를 중심으로 푸리에(Furier)의 유토피아주의를 맑스주의와 결합하여 꼬뮨주의 논의를 쇄신하려고 시도하는 벨기에 학자이다.
‘기본소득’은 최근 유럽에서 급속히 부상하는 이론적‧정치적 흐름의 모토이기도 하다. 그 내용은 “모든 사회성원에게 조건 없이 생계에 필요한 기본소득을 연령별로 균등하게 지급하라”는 것이다. 얼핏 21세기판 유토피아로 들리는 ‘기본소득’은 역설적이지만 유토피아에 대한 비판으로 제기된 주장이다.
‘기본소득’은 1986년에 판 더 벤과 빠레이스(van der Veen/Parijs 2006a, 1쪽 참조)에 의해 최초로 체계적으로 이론화되었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주장은 멀게는 19세기에 푸리에가 주창하였으며 20세기 전반기에 들어서는 버트란드 러셀이 주장한 것이기도 하다(Russel 1918, 18쪽). 심지어 1960년대에는 신자유주의의 대표자중의 한 사람인 밀턴 프리드만도 이와 유사한 주장을 하였다(Friedman 1962).
1990년대에는 네그리 등 이태리와 프랑스의 후기 자율주의자들과 인지자본주의론자들이 이를 수용하면서, 모든 사회성원이 프롤레타리아트이고 이들은 “하루 종일 도처에서 일반적으로 생산한다”(Negri/Hardt 2000, 508쪽)고 하면서 ‘기본소득’의 이론적 기초를 새로이 근거지웠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에는 ATTAC(금융관세시민연대) 독일지부가 ‘기본소득’을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나아가 1990년대 후반 이후 맑스주의자들인 크래트케(Krätke), 분석맑스주의자들, 블랙번(Blackburn 2000), 캘리니코스(Callinicos 2006) 등이 여기에 가세했다.
2006년은 ‘기본소득’ 논의가 다시 한번 비약적으로 확장된 시기이다. 독일의 자본가인 베르너(Werner)가 시사주간지와 라디오 등에서 인터뷰를 통해 ‘기본소득’ 논의를 광범하게 전파했다. 그는, 노동소득세 등 모든 직접세를 폐지하고 소비세를 인상하여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하자는 새로운 주장을 전개한다. 그럼으로써 기존 ‘기본소득’ 담론이 가진 문제점, 곧 ‘생산량과 노동유인의 축소’를 내포한 휴머니즘적 유토피아의 한계를 넘어서서 ‘기본소득’의 실현가능성을 확장한다.
현재 ‘기본소득’ 논의는 지구적 차원에서 BIEN(Basic Income Earth Network)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그리고 2006년에는 유럽의 기본소득론자들이 주도하여 BIS(Basic Income Studies)라는 잡지를 창간했다(www.bepress.com/bis 참조). 독일에서는 www.unternimm-de-zukunft.de, www.netwerk-grundeinkommen.de 등이 ‘기본소득’ 운동과 이론을 연결접속하는 대표적인 인터넷 사이트이다.
이 글은 주요 ‘기본소득’론의 경제철학적 근거와 한계를 살펴볼 것이다. 나아가 그 이론적 한계는 ‘기본소득’이 ‘사회연대소득’으로 대체될 때 넘어설 수 있음을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