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로 확산되는 기본소득 [기본소득②] 해외사례와 시사점
최광은/사회당 대표
현대적인 기본소득 논의는 1980년대 중반 유럽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남미는 물론 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그 논의가 광범위하게 확산했고, 나미비아에서는 구체적인 실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브라질에서는 단계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기본소득유럽네트워크는 이미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로 발전했다. 여기서는 독일의 기본소득 논의, 브라질의 시민기본소득 제도, 나미비아의 기본소득 시험 프로젝트, 미국 알래스카 주의 영구기금 배당을 간략히 살펴보고, 몇 가지 시사점을 끌어내 보고자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모든 이에게 기본소득을 부여하라'는 제목의 포스터를 붙이는 여성
독일의 기본소득 논의
독일은 기본소득과 관련하여 가장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국민의 관심도 많다. 한 예로, 2008년 12월 10일 수잔느 비스트(Susanne Wiest)라는 한 여성이 ‘사회보장 개혁 제안 -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란 제목으로 독일 연방하원에 제출하는 온라인 청원운동을 시작했는데, 이 온라인 청원운동은 2009년 2월 17일에 막을 내리기까지 최저 기준치인 5만 명을 훌쩍 넘어서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현재 좌파당 내 기본소득 연방연구회의 모델을 포함한 7개의 구체적인 기본소득 모델과 괴츠 베르너(Götz Werner)의 기본소득 모델을 포함한 다소 구체성이 떨어지는 세 개의 기본소득 모델이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유명한 기업가인 괴츠 베르너의 모델과 좌파당 내 기본소득 연방연구회의 모델이다.
괴츠 베르너의 우파적 기본소득 모델은 모든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대신 기업이 각종 사회비용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이것이 오히려 기업에 이득이 된다고 본다. 그는 독일에서 기존의 연금, 실업연금, 사회보조금, 자녀양육보조금, 주택보조금 등을 통합해 모든 국민에게 균등하게 분배하면 1인당 매달 800유로를 지급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각종 행정비용까지 줄이면 연간 약 1,000억 유로를 기본소득 재원에 보탤 수 있어 1인당 매달 830유로까지 지급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장기적으로 1인당 매달 1,500유로의 기본소득 지급을 주장한다. 세제 개편과 관련하여 그는 모든 직접세를 폐지하고 모든 세금을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로 단일화하자고 제안한다.
반면, 좌파당 내 기본소득 연방연구회는 이러한 입장과는 다르다. 좌파당 전체의 입장은 아니지만, 좌파당 내 기본소득 연방연구회가 지지하는 기본소득 모델은 이 그룹의 대표적인 인물이자 좌파당 부대표인 카트야 키핑의 설명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빈곤위험선에 기초하여 16살 이상의 모든 사람에게 950유로(16살 미만은 475유로)의 기본소득 지급 △모든 소득원에 대한 35%의 가산세(기본소득세) + 사치품에 대한 세금 + 주요 에너지세로 기본소득 재원 마련 △기본소득 수급 자격은 시민권이 아닌 거주권. 이 모델을 적용할 때 월 7,000유로 미만의 총소득이 있는 사람은 현재의 개인 순소득보다 더 많은 순소득을 얻게 된다. 카트야 키핑은 덧붙여 기본소득의 도입이 다음과 같은 부가적인 조건들과 결합되어야 한다고 본다. △시간당 8유로의 통상 최저임금 △노동의 재분배를 촉진하기 위한 노동시간 단축 △사회적 재생산 노동의 균등한 분배 △연금, 건강, 요양, 실업 보험 체계와 같은 현존 사회보험 유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추가 지원 △지구적인 사회적 권리로서의 기본소득을 위한 투쟁 △억압과 강제가 아닌 자기결정권을 증진시키는 교육 체계.
브라질의 시민기본소득 제도
브라질은 2010년 ‘시민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기본소득 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시민기본소득 법률은 2004년에 최종적으로 통과되었는데, 그 시행에 이르기까지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브라질은 세계 역사상 최초로 전국적 수준에서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 법률이 통과된 나라이고, 이제 그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시민기본소득 법률을 기초한 것은 기본소득의 강력한 지지자인 브라질 노동자당 상원의원 에두아르도 수플리시였다. 이 법률은 지난 2002년 12월 브라질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고, 이듬해인 2003년 12월 브라질 하원에서도 통과되었다. 마지막으로 2004년 1월 8일 룰라 대통령의 서명으로 이 법률은 효력을 갖게 되었다.
기본소득 지급 대상에는 브라질 국민은 물론 브라질에 최소한 5년을 거주한 외국인들까지 포함된다. 그리고 이 시민기본소득은 처음에는 2005년부터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부터 단계적으로 혜택을 줄 계획이었다. 또한, 행정부가 이 지급액의 수준을 결정하고 전체 인구가 혜택을 받을 때까지 점진적인 도입의 속도를 결정하게 되어 있었다. 이는 물론 이 프로그램의 시행이 국가 경제의 발전 정도와 사용 가능한 재원의 수준에 따라 제약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예를 들어, 40레알(2009년 7월 현재 약 25,000원)을 2010년부터 브라질 국민 모두에게 매달 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고 했을 때, 연간으로는 1인당 480레알인데, 이를 약 1억 9천만 명인 브라질 인구와 곱하면 그 총액은 약 900억 레알로 브라질 GDP의 5% 수준에 달한다. 이는 2006년을 기준으로 할 때 볼사 파밀리아 프로그램에 지출된 예산의 약 10배가 넘는 큰 금액이다. 이러한 재정상의 부담 때문에 이 시민기본소득 법률은 지난 몇 년간 ‘실행되지 않는 법률’로 남아있었고, 2010년부터 시행되기는 하지만 당장 전면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때 시민기본소득의 재원은 2006년 8월 상원에서 통과된 ‘시민기본기금(Citizen’s Basic Fund)’ 설치에 관한 법률을 토대로 마련될 예정이다. 역시 수플리시가 기초한 이 법률은 연방 소유 회사 주식의 10%, 자연자원 채굴에 대한 사용료의 50%, 정부의 서비스 허가 수입의 50%, 연방 정부 자산 임대료의 50%, 그리고 연방 조세 수입 등으로 기금을 마련하게 되어 있다.
나미비아의 기본소득 시험 프로젝트
나미비아는 2009년 현재 기본소득 시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나라다. 전국적 수준에서의 도입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 프로젝트가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판명되면 그 도입 움직임이 가속화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2009년 4월 현재 시험 프로젝트 시행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중간 평가 보고서가 나왔다. 나미비아의 기본소득 시험 프로젝트는 대상도 제한적이고 기간도 제한적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경험적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 시험 프로젝트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대상:나미비아 오미타라 지역의 모든 주민(60세 미만 930명, 60세 이상은 모두 노령연금 수급자) △지급 금액:매달 100 나미비아 달러(한화로 약 1만 5천 원) △지급 방식:우체국 예금 계좌로 송금(처음 6개월은 직접 지급) △기간:2008년 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24개월 △비고:21세 미만은 돌봄 제공자에게 지급.
보고서를 보면, 무엇보다 기본소득 지급 이후 빈곤 문제가 급격하게 개선되었다. 특히 식량 빈곤선에 있는 사람들의 비율이 2007년 11월 72%에서 2008년 11월 16%로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 통계는 그 지역으로의 이주민은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비고용률도 같은 기간에 60%에서 45%로 상당히 많이 줄었다. 이러한 결과는 매우 놀라울 뿐만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기본소득의 주요 비판 논리 가운데 하나가 고상하게 말하면 ‘노동 윤리의 실종’, 쉽게 말하면 ‘놀고먹는 사람이 늘어날 것’, ‘게을러질 것’ 등인데, 이 결과는 그러한 예상과는 달리 경제활동인구가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줌으로써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의 경우 기본소득을 더하면 그 지역 주민의 1인당 소득이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먼저 기본소득으로 인한 소득 증가분은 2008년 7월에 75 나미비아 달러, 11월에 67 나미비아 달러였다. 소득 증가분이 100 나미비아 달러가 아닌 이유는 기본소득 수급자가 아닌 연금수령자와 이주민까지 포함해 평균을 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본소득으로 인한 소득 추가분 말고 나머지 소득은 2007년 11월 118 나미비아 달러에서 2008년 11월 152 나미비아 달러로 29%나 증가했다. 이것은 일자리가 증가하고 생산에 참가하여 얻은 소득이 늘어난 덕택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자영업을 포함한 소규모의 사업들이 활기를 띤 것으로 나타났다. 부분적이고 제한적이긴 하나 기본소득의 경제 효과가 실제로 나타난 셈이다. 또한 범죄 건수도 눈에 띄게 하락했다. 사회경제적 조건과 범죄 사이의 상관관계를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다. 이 밖에 교육, 보건의료, 성 평등 등의 차원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결과들이 나왔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한편, 이러한 시험 프로젝트를 나미비아 전국으로 확대해 시행한다고 가정하면, 2009년 현재 60세 이상의 노령연금 수혜자 약 15만 명을 제외하고 190만 명의 국민에게 매월 100나미비아 달러를 지급할 때 연간 소요 예산 총액은 약 23억 나미비아 달러이다. 나미비아의 조세 부담 능력은 국민소득의 30%를 초과하는데, 현재는 25% 이하로 조세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기본소득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순수 추가 비용은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다. 따라서 나미비아의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적절한 세제 개혁과 예산 우선순위 변경 등의 조합을 통해 국가 재정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지속 가능한 기본소득 제도를 즉각 실현할 수 있다고 본다. 이것의 실현은 다만 정치적 의지의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 알래스카 주의 영구기금 배당
미국 알래스카 주의 사례는 매우 특수한 상황에 해당한다. 석유라는 자원에서 나오는 막대한 수익이 없었다면 이러한 시도는 이루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주목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자연자원으로부터 획득하는 수익이 풍부한 나라들 모두가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델의 도입에는 1974년부터 1982년까지 알래스카 주지사를 역임했던 제이 하몬드의 역할이 컸다. 그는 북미에서 가장 커다란 석유지대인 프루도 만의 석유 채굴로 얻어진 커다란 부가 오직 주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석유로부터 얻어진 수익 일부를 적립함으로써 이러한 부가 축적되는 것을 보장해주는 기금 설립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1976년 주 헌법 개정을 통해 석유를 포함한 주 소유 자연자원의 판매로부터 벌어들인 수익의 최소 25%를 적립하는 알래스카영구기금(APF)이 설치되었다.
그리고 주지사 하몬드는 알래스카 주민들이 이 기금의 성장과 지속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모든 거주자에게 매년 그들의 거주 기간에 비례하는 배당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다른 주들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을 차별한다는 이유로 수정 연방 헌법 제14조인 ‘동등 보호 조항’에 어긋나는 것으로 판결이 났다. 따라서 이 계획은 나이나 주에서 거주한 기간과는 상관없이 알래스카에 적어도 1년 이상 공식적으로 거주한 모든 사람에게 배당을 준다는 단순한 계획으로 수정되었다. 영구기금 배당이 기본소득에 가까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1982년 영구기금 배당이 시행된 첫해에는 특별히 1인당 1,000달러의 배당을 지급했고, 이후 배당은 조금씩 늘어 1995년에 990달러, 2000년에 1,963달러였다. 그리고 지난 2008년에는 애초 1인당 2,069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는데, 1,200달러의 일시 보상이 추가로 지급되어 2008년 배당금은 최대 3,269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때 배당 지급 총액은 지난 5년간의 기금 운용 평균 수익의 절반으로 정해놓은 규칙에 따른다. 2009년 7월 현재 영구기금의 자산 운용 현황을 보면, 국내외 주식이 38%, 채권이 22%, 부동산이 1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전체 영구기금의 시장 가치는 320억 7,140만 달러에 이른다.
한편, 영구기금 배당은 뚜렷한 경제적 평등의 효과를 보여주었다. 2002년 이전 10년간의 통계를 보면, 미국의 부유한 가구 20%의 평균 소득이 26% 증가했지만, 가난한 가구 20%의 평균 소득은 12%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알래스카에서는 같은 기간에 부유한 가구 20%의 평균 소득이 7% 증가에 그쳤으며, 가난한 가구 20%의 평균 소득은 무려 28%나 증가했다. 미국에서 가장 낮은 1인당 소득을 보여주는 곳 가운데 하나인 알래스카의 시골 사람들과 불안정한 소득이 있는 사람들은 이 배당으로 말미암아 현금 유동이 상당히 안정화되었고, 몇몇 지역에서는 이 배당이 현금 소득의 1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들을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알래스카 주가 이 제도의 시행으로 말미암아 미국의 주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장 평등한 주가 되었다는 점이다.
각국 사례를 통해 본 시사점
이상으로 독일, 브라질, 나미비아, 알래스카 주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각국의 처지와 조건이 판이하므로 평면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다양한 측면에서 의미 있는 시사점을 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선 독일은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크고, 논의 또한 가장 활발하다. 그러나 이때 기업가인 괴츠 베르너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일단 기본소득이 독일에서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그의 기본소득 모델이 오로지 경쟁과 효율의 관점에서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은 좌파는 물론 많은 사람의 우려를 살 만한 것이다. 또한, 그는 소비세 인상이 직접세 인상보다 부의 재분배 효과가 오히려 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유리지갑’을 찬 노동자와 반대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소득자들의 정확한 소득 파악은 물론 파악된 소득에 대한 추가적인 세금 부과가 어렵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반면, 좌파당의 기본소득 연방연구회는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 방법으로 모든 소득원을 철저히 파악하여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고, 기본소득이 최저임금은 물론 기본복지와 결합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본소득 연방연구회의 모델은 좌파당 안에서조차 아직 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베르너 모델의 한계를 뛰어넘어 독일 시민사회의 주목을 받는 모델이 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브라질의 사례는 기본소득 제도의 도입에 있어서 집권당의 역할이 얼마나 지대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또한, 기본소득 제도의 도입이 한편으로는 급격한 전환으로 보이지만, 그 이전에 ‘볼사 파밀리아’ 등의 다양한 소득 보장 제도가 성과를 거두어온 과정이 있었기에 이의 연장선에서 비교적 순조롭게 가능할 수 있었다는 점도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물론 이 시민기본소득 법률이 2004년에 공포된 이후에도 재원 마련의 문제 때문에 상당히 오랫동안 실행되지 않는 법률로 남아있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조세 제도의 개혁을 포함한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이 기본소득 제도의 입법 과정에서 동반되지 않는다면, 기본소득 법제화의 커다란 의의는 그것의 실행이 지체되는 만큼 퇴색될 수밖에 없다. 또한,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쓰일 시민기본기금의 마련 방안이 고소득자에 대한 직접 과세가 미흡한 브라질의 조세 제도 전반을 건드리고 있지 못한 점은 또 하나의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나미비아의 사례는 오미타라 지역에 국한하여 2년 동안 실시하는 제한적인 기본소득 시험 프로젝트임에도 그 중간 평가 보고서가 보여준 각종 지표는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더욱 총괄적인 결과는 시험 프로젝트가 끝나는 시점에서 알 수 있겠지만, 이상의 흐름을 볼 때 일단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나미비아의 사례는 기본소득 시험 프로젝트가 기본소득 도입의 장점들을 해당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매우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나미비아에서는 교회와 노동조합의 전국 조직도 기본소득 도입에 매우 적극적인데, 이는 기본소득 지지 흐름이 있는 여타 국가들에서는 아직 보기 어려운 특징이다. 어떤 제도의 도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때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관건이다.
알래스카 주에서 시행하는 영구기금 배당은 매우 특수한 사례이긴 하지만, 그러한 발상을 하고 제도를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물론 도입 과정에서 대부분의 정치인은 부정적이거나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제도가 안착 되어 긍정적인 사회적, 경제적 효과들이 드러난 이후에는 이 영구기금 배당을 허물려는 일체의 시도가 정치적 자살 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이 알래스카의 사례는 자원으로 벌어들이는 이윤이 풍부한 국가들에게는 하나의 역할 모델이 될 수도 있다. 한편, 이 영구기금의 조성과 그 운용에 따른 수익의 배당이 유가 등락과 투자 수익 변동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단점이다. 물론 배당액의 연도별 변동폭을 줄이기 위해 지난 5년간의 기금 운용 평균 수익에 기초하여 배당액을 산출한다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는 조세를 통한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및 소득 보장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