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8-13 16:04
[언론기사및보도자료] [프로메테우스] 노동시간정치의 새로운 길, 기본소득
 글쓴이 : 사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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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사람|조회 66|추천 0|2010.02.24. 13:56http://cafe.daum.net/basicincome/4tDd/67 
2010.02.23 16:55
노동시간정치의 새로운 길, 기본소득
[책소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뒤집어라
김성일 기자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에서 새 책을 펴냈다. 헌데 제목이 괴이하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뒤집어라”라니. 심지어 표지에는 맞으면 반드시 병원에 가야할 것 같은 무서운 주먹이 실물 크기로 박혀있다. 제목만 보고 교육정책에 대한 책인줄 알고 샀다가 환불을 요구한 독자가 있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일단의 사람들에게 “더러운 세상”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책은, 제목과 표지 그림만 봐서는 대체 무슨 책인지 아리송하지만 사실 기본소득에 대한 책이다.

 

△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의 새 책,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뒤집어라” ⓒ 프로메테우스 김성일

한국의 기본소득운동을 관심있게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아마 작년 1월 즈음 민주노총에서 발간된 작은 소책자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그 책은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기본소득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국내에서는 최초로 특정한 형태의 기본소득 모델을 제안한 책자였다. 이번에 나온 “더러운 세상”은 바로 이 프로젝트 팀의 두 번째 결과물이다. 해를 넘기고 나온 두번째 책은 페이지수가 많아진 것은 물론이고, 주제범위도 넓어졌다. 이전의 책이 기본소득의 가능성과 효과, 운동으로서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데 그쳤다면, 이 책은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여성, 노동시간단축, 소득재분배 효과분석 등 다양한 부문을 다루고 있다.

 

발간사에서 정의헌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1월 26일 당시 직함)은 “노동조합운동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조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한국사회가 어떻게 발전하고 어떻게 조화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할지를 제시”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필진으로 참여한 민주노총 이수봉 대변인(1월 26일 당시 직함) 역시 첫글에서 “진보적 운동, 노동운동에서 새로운 시도를 벌여야” 하며, 그것은 “더 급진적인 것, 더 정치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이 기본소득이라는 의제를 선택한 이유가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데, 이 점은 책 표지에도 “노동해방의 새로운 길”이라는 표현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렇게 보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뒤집어라”라는 다소 괴악한 제목도 그리 이해 못할 제목은 아니다. 실제로 이 책은 노동해방과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상당한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데, 필자들은 기본소득이 생계와 노동여부를 분리시킴으로써 “노동에 대한 선택을 가능하게”(강연자, 179p.) 하며, “자본으로의 종속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류청오, 87p.)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김원태는 기본소득이 “기존의 고용노동시간정치가 담보하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서도 노동시간단축을 가능하게 하는 ‘총체적 노동시간단축정치’”라고 언급하고 있다(149p.).

 

기본소득에 대한 기존의 비판들을 의식한듯 보이는 부분들도 많이 보인다. 이수봉은 서두에서부터 “비판에 대해 해명했음에도 여전히 일각에선 거부되고 있다. 침묵의 카르텔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23p.)라고 언급했다. 류청오가 언급한 “‘노동에 입각한 비판’이 아니라 ‘노동에 대한 비판’, ‘자본주의적 노동에 대한 비판’이 보편적 해방과 사회비판의 방향이 돼야”(79p.) 한다는 주장과 ‘고타 강령 초안 비판’, ‘자본’ 등의 저작에서 맑스 역시 노동중심적 사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졌다는 주장(80p.) 역시 기존의 임노동중심주의자들과 순혈적 맑스주의자를 자임하는 이들의 “기본소득은 생산관계 변혁을 왜 주장하지 않느냐”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침묵의 카르텔”에 기반해 오뚜기처럼 같은 지점에서 재(再)제기되는 반론들에 대해 지난한 해명을 거듭하는 것은 누군가의 말처럼 “무망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부분들 역시 다양한 각도에서 기본소득을 바라보는데에 일조하고 있다.

 

내용의 풍부함과 흥미로움에도 불구하고, 읽기 편한 책은 아니다. 프로젝트의 기간과 다양한 필진 만큼 구성이 풍부해지기는 했으나, 풍부한만큼 잘 짜여진 구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떻게 보면 여러 사람의 글을 모아두기만 한 자료집 수준의 책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예상할 수 있는 물음에 대한 대답들, 또 이들이 주장하는 대안사회의 경로로서의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가 총망라되어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일독을 권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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