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4-07 19:35
[기획연재모음] 9.노동시간 단축과 기본소득의 결합은 '필수'
 글쓴이 : 사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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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cat|조회 144|추천 0|2009.12.03. 02:26http://cafe.daum.net/basicincome/4lCO/71 

[기본소득⑨] 노동시간 단축 그리고 기본소득

강연자(진보평론 편집위원)

노동시간은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독일 산업노동자의 경우 1일 노동시간은 1800년경 10-12시간, 1820년경 11-14시간, 1830-1860년경 14-16시간으로 증가하여 주 80시간대를 유지하였다고 한다. 당시 대부분의 농부와 수공업자들은 자신의 자연스러운 리듬에 따라 노동하였으나, 산업노동자들은 기계의 속도에 맞추어 노동해야만 했다. 특히 초기 산업노동자의 경우에는 얼마 되지 않는 휴식 시간마저 엄격히 제한되어 노동자들은 거의 초주검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그러나 19세기 산업혁명(증기 기술)이 일어나면서 노동시간은 주 60시간대로 감소하였으며 20세기 2차 산업혁명(석유 및 전기)후 주 40시간대로 감소하였다. 물론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노동자들의 피나는 투쟁이 뒷받침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3차 산업혁명(컴퓨터와 새로운 정보 및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술) 이후, 우리는 노동시간을 주 40시간대에서 20시간대, 아니 더 짧은 시간대로 단축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훌륭한 기술적 조건이 갖추어졌음에도 신자유주의 공격이라는 자본의 역습을 맞이하여 노동시간 단축 추세는 중단되었다. 오히려 임금은 삭감되고 노동시간은 증가하는 한편 높은 실업률이 유지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는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되는 시점인 70년 중반의 선진자본주의, 그리고 97년 IMF를 기점으로 하는 한국의 노동운동이 내리막길로 치닫는 시점과도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물론 서유럽 일부의 경우 8,90년대 주 30시간대로의 시간단축 움직임이 있었고, 우리나라도 40시간대로의 법정노동시간 단축이 있었지만 한국의 경우 실질노동시간 단축에는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2008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노동자 1인당 연간 평균노동시간은 2357시간이며 주간 노동시간은 45.2시간으로 OECD 국가 중 2000시간이 넘는 유일국가다. OECD 국가의 연평균노동시간은 1777시간이고 주당 34시간으로 한국 노동자들은 이들보다 1주일에 11시간 더 일한다. 가장 짧은 네덜란드(1391시간)보다 연간 966시간, 미국보다는 연간 560시간이 더 길다. 역설적인 것은 이렇게 오래 일할만큼 일거리가 많은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오히려 늘어만 간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09년 7월 통계청 발표 공식 실업자 수는 92만8000명으로 실업률은 3.7%이다. 그러나 한국노동연구원이 산출하는 공식 실업자에다, 구직활동을 아예 포기해버린 실망실업자와 취업준비자를 더하고 부분실업자(단시간 근로를 하고 있지만 취업을 희망)를 보태는 방식의 확장실업자수는 09년 7월 현재 245만1000명이며 실업률은 9.5%나 된다. 한쪽에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한쪽은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놀 수밖에 없는 지독히도 모순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총노동시간은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사회 전체적으로 감소한다

과학기술의 발달, 지식노동 사회로의 전환, 정보화 사회로의 진입에 따라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도 풍요로운 지식과 기술수단을 넘치게 가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생산력은 대폭적으로 증가하고 사회적 총노동시간은 감소하고 있다. 역사의 전개는 인간을 자연적인 리듬으로부터 기계의 속도에 종속시켰지만, 이제 증대된 생산력을 유지하면서도 다시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고용이 필요 없는 성장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자본과 정부, 미디어, 하물며 노동진영조차 일자리가 없다,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한결 같이 외치고 있으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온갖 고민을 쏟아내고 있다. 경제위기가 본격화 된 올 초 정부와 자본은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일자리 지키기·나누기·만들기’를 제시했다. 하지만 노동진영의 ‘일자리 지키기, 나누기’는 대중들에게 고용된 자들의 일자리 지키기에 연연하는 모습으로 비춰졌고, ‘만들기’는 공공부문의 좋은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자본의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나 저임금 단기간 일자리 창출 이슈에 말릴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사회적 총필요노동시간 감소 현상으로 노동자가 필요 없게 된 사회에서 노동자 방출에 대한 해법이 일자리창출이 되는 한, 노동은 우선 파이를 키워 나누자는 식의 성장전략 등의 자본의 논리를 이길 수 없게 되고, 노동의 양보는 불가피하게 된다.

이러한 기술 조건의 변화와 자본의 이데올로기 전략으로 인해 노동사회는 그야말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노동운동은 객관적 조건을 고려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야만 한다. 사회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필요한 노동 총량의 감소가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에서 오늘날의 노동이 처한 위기에 대한 답은 대폭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포함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동운동 진영 일각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를 통한 비정규직 철폐, 고용권·노동권의 입법화, 사회복지의 개혁 등에서 노동운동의 대안을 찾고 있다. 이는 서구에서 끝장난 완전고용 하의 복지자본주의 시대에 대한 갈망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마찬가지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실업자간의 갈등이 만연되고 정규직조차 고용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외면한 채, 정규직에 대한 연대 호소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꿈꾸는 것 또한 정규직이 처한 현실 조건을 비껴간 해법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쩌면 고용권, 노동권 입법화의 구체적 내용이 노동시간 단축을 핵심으로 하여 현재화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노동시간 단축과 기본소득의 결합은 필수다

그렇다고 실업, 비정규직, 사회적 소외,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 노동사회의 전반적 위기를 노동시간을 몇 시간 단축하는 ‘기술적’ 처방만으로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니다. 대폭적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 바로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은 노동의 요구나 재산에 대한 심사 없이 전국민에게 매월 지급되는 것으로 선별주의에 의한 자비나 시혜를 거부하고 정당한 권리로서의 보편주의를 지향한다. 기본소득이 보장된다면 노동이 생존을 담보하는 개념인 실업(失業)의 의미는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이고 자의이건 타의이건 노동영역에 흡수되지 않아 발생하는 실업으로 인한 사회의 낙오자는 더 이상 없어지게 된다.

기본소득 지급과 함께 대폭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만들어진 일자리는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노동 공유의 조건을 만들 것이다. 즉 고용권, 노동권이 확보되는 조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기본소득과 노동시간 단축이 완전고용을 꿈꾸는 건 아니다. 전후 자본주의 성장기와 구사회주의권에서 완전고용을 지향하거나 완전고용에 근접해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완전고용을 지향하는 사회에서는 노동이 생존을 담보하게 되고 따라서 필연적으로 노동강제를 수반하게 된다. 그러므로 노동을 하지 않거나, 못하는 조건에 처하는 사람들은 사회의 낙오자로 찍히게 되며 시혜 대상이 될 수밖에 없게 된다. 대폭적인 시간단축을 통한 노동공유 사회에서는 임금노동을 원치 않는 사람들은 기본소득으로 생활하게 되며 임금노동이 아닌 다양한 사회 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본소득은 임금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지급되기 때문에 임금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소득이 커지게 되고 그만큼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그 한계도 분명하다. 노동시간이 단축되었다 하더라도 임금노동을 계속하는 것이기 때문에(비록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것이라는 전제가 붙지만) 그 자체로 자본주의의 강제 노동적 한계는 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노동시간단축은 체제 내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근본적으로 자본과 임노동관계를 지양하지 않고, 노동강제적 성격을 지양하지 않은 채 단지 양적으로만 노동을 감소하려는 시도라고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 따라서 소유의 사회화와 노동자 민중의 통제를 통해 자본주의 하의 노동강제적 성격을 자율노동, 자유노동으로 전환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게 되는 것이며 노동시간 단축은 이를 앞당기는 지렛대 역할을 할 뿐인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고민할 때는 임금, 노동유연화 등 다양한 쟁점이 연동될 수밖에 없다. 노동운동 진영은 어쩌면 이러한 문제 때문에 노동시간 단축을 쟁점화하지 못하는 지도 모르겠다. 임금과 노동유연화 문제는 현재 노동을 향한 자본의 공격 지점이므로 현재조건에서는 노동자민중의 생존을 위해서도 사수를 위한 투쟁은 여전히 필요하다. 하지만 대폭적인 노동시간 단축과 기본소득을 동시에 고민할 때는 전향적 판단이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장시간 노동이 유지되는 한 어떠한 형태의 노동해방도 상상할 수 없다. 그렇기에 대폭적인 노동시간 단축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진보진영의 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동이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노동시간 단축은 필수 요건이다.

기본소득과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사회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분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를 통한 주체형성, 때 지난 완전고용과 복지국가를 향한 요구에 매달려서는 노동운동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회 유지발전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대폭적으로 단축되고 있는 현실, 점점 더 노동이 필요 없어지는 자본주의의 발달한 현실에 착목하자. 그리고 자본에게 일자리를 만들어달라고 애원(?)하는 노동운동을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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