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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소득, 진보정치세력의 대안과 2010 지방선거 전략화에 대해”ⓒ 양희석 |
지방선거를 1년 가량 앞두고, 진보정당의 서울시당 위원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3일 2시, 사회당 주최로 열린 “기본소득, 진보정치세력의 대안과 2010 지방선거 전략화에 대해” 토론회에서 모인 신언직 진보신당 서울시당 위원장,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 장시정 사회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모여 대안으로서의 기본소득과 지방선거 전략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여성플라자 4층 시청각실에서 열린 이 토론회는 특별한 기조발제 없이, 토론자들이 각자 입장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장시정 위원장,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대안연대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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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당 서울시장 장시정 위원장 ⓒ 양희석 |
첫 토론자로 나선 장시정 위원장은 대안과 선거전략을 따로 이야기하지 않고, 대안연대의 의미로서 기본소득이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모든 정치세력들이 지방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선거연합과 연대에 대한 무성한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논의들이 민주 대 반민주라는 해묵은 구도로 가는 것도, 반신자유주의나 복지동맹 등의 추상적 구도로 가는 것도 건설적이지 않습니다. 사회당은 이러한 지점에서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대안연대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장 위원장은 기본소득 연합, 기본소득 후보단이라는 구체적인 표현을 제시하며 ‘대안’을 내세운 선거연대를 주장했다. 또 이것이 개인의 주장이 아니라 사회당의 입장임을 명확히 했다.
“이명박 정부가 민주주의 후퇴시켰다는 주장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이전의 시절로 회귀하는 것이 해법은 아닙니다. 민주주의의 후퇴는 신자유주의와 맞닿아 있으며, 한국사회의 위기는 민주주의 후퇴가 아닌 민주주의 지연에 의한 위기입니다. 민주주의를 통해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경제와 민주주의 이중 위기의 해법이며, 기본소득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 위원장은 대안연대에 대해 ‘구동존이(求同尊異)’라는 표현으로 정리하면서, “같은 것을 구하고 다른 것을 존중하는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신언직 위원장, “삶을 사회가 보장해주는 것은 진보의 보편적 목적”
진보신당의 신언직 위원장은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판짜기 모임이 생긴다”면서 이 판짜기 논의들이 “정치방침은 제쳐두고 선거공학적으로 흘러가는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기본소득의 옳고 그른 점을 떠나 사회당이 대안 중심의 주장을 하는 것은 배울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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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 서울시당 신언직 위원장 ⓒ 양희석 |
“진 보신당에서는 아직 당론으로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일부는 찬성하고, 일부는 비판적 시각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기본소득이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두의 필요에 따라 기본적 삶을 사회가 보장해주는 것은 진보의 보편적 목적이 아니었습니까.”
그러면서도 신 위원장은 “가치의 문제와 현실 적용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기존의 복지개념은 시혜적 선별적 개념으로 뿌리내렸다”면서, “노동이라는 단어가 단지 '임금노동'으로 제한적으로 이해되는 사회에서 기본소득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임금노동 이외의 그림자노동에 대한 보편적 해석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을 정책수단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더 고민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것이 솔직한 생각입니다. 광범위한 대중의 공감이나, 충분한 해명과 반론을 전개하지 않고 정책으로 내세웠을 때 자칫 소수정파의 중요치 않은 의견으로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신 위원장은 정책으로서의 기본소득에 대해 “기본소득의 가치지향에 대한 대중적 공감대를 얻어내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은 단순히 복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21세기 전환기에 맞는 새로운 대안이라고 봅니다. 연대연합에 있어서 이젠 단순히 누구와 손을 잡느냐 마느냐를 논의하는 형태를 넘어서야 합니다.”
이상규 위원장, “선두에서 같이 뛰겠다.”
신 위원장은 기본소득을 대안으로서, 또 정치방침으로서 ‘매력적’이라고 표현했지만, 이 것이 진보신당의 당론은 아니라는 점에서 기본소득을 지방선거에서 내세우는 문제에 대한 거론은 꺼리는 것으로 보였다. 반면에 당의 서울시장 후보를 결의한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위원장은, 아무래도 후보 당사자라는 이점 덕인지 “지방선거에서의 기본소득 제시”에 대해 거침없는 확답을 제시했다.
“기본소득은 혁명적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당이 선두에 서주면 저는 선두 바로 뒤나 옆에서 같이 뛰겠습니다.”
이 위원장은 기본소득을 현실에서 이루기 위해서는 “강력한 투쟁과 지혜로운 전략”을 필요로 한다면서, “기본소득 운동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핵심투쟁지점을 발견해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기대되는 투쟁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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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이상규 위원장 ⓒ 양희석 |
“기본소득은 더 연구해야 할 지점들도 분명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분들은 최저임금도 상승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데, 이런 부분들이 어떤 사회적 효과를 일으킬 것인가 하는 문제들도 연구를 수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연구지점이 많다는 이유로 주저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기본소득을 전면에 내거는 행위는 매우 훌륭한 일이고, 이번 선거에 대해 기본소득 대안 전선을 내걸자고 주장하는 것 역시 의미있는 시도입니다.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논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테이블을 만들어 논의를 이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트위터를 통해서도 “시장선거에서 기본소득을 제시할 생각”이라고 밝혔던 이 위원장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기본소득을 내세울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강한 긍정을 표시했다.
토론회에서는 잠시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앙금에 대한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이상규 위원장은 “연대연합에 있어서 구동존이가 차이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지, 차이점을 은근슬쩍 뭉개고 지나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진보신당의 경우 아직도 우리를 종북정당으로 규정하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신언직 위원장은 “심상정 비대위 때 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입장은 민주노동당의 일부에 편향된 친북주의가 존재한다는 것이었지, 민주노동당 자체를 통털어 종북주의 정당으로 규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진보신당의 일부 당원들이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